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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현수막

 

일상들, 데굴데굴 96

 
1. DONUTS DONUTS

아파트 단지 안으로 도넛을 파는 아저씨가 들어왔다. 천막까지 친 걸 보니 부녀회나 관리사무소 허락을 받고 들어온 모양이다. 천막에 DUNKIN DONUTS라 적혀 있어서 '속는 셈 치고 한번 사볼까'라는 심정으로 천막 앞에 섰다. 하나에 500원씩. 제법 종류별로 구색도 갖추었다. 2000원 밖에 가진 게 없어서 네 개 달랑 사 들고 나오면서 뒤를 돌아봤다. 그랬더니 천막에 적힌 글씨가 'DONUTS DONUTS'다. 색깔과 구성, 디자인을 'DUNKIN DONUTS'와 똑같이 해 놓은 탓에 'DONUTS DONUTS'를 무심결에 'DUNKIN DONUTS'라 읽은 거다. 영악한 아저씨 같으니라구. 집에 들어가서 '어머니, 도넛' 하며 하나 꺼내드렸더니 어머니가 기겁을 하신다. '어메, 그게 뭐냐?! 나 안 먹을란다.' 울 어머니가 아는 도넛은 예나 지금이나 시장표 찹쌀 도넛뿐이다. 허연 가루 뚝뚝 떨어지는 도넛은 어머니 눈에 이상한 물건일 밖에. 옆에서 우걱우걱 먹는 아들을 보면서 물으신다. '그게 맛있냐?' 고개는 끄덕거렸지만 솔직히 맛없더라.

2. 염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그 뜻이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 되어 있다. 강남은 주로 강남역이나 극장 근처만 왔다 갔다 해서 다른 지역의 분위기는 잘 몰랐다. 소위 잘 산다는 사람들이 종부세나 각종 세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피부로 느껴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얼마 전 처음으로 강남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옆을 지나칠 일이 있었다. 그 곳에 현수막이 걸려 있더라. '종부세 폐지하고 양도세 확!인하라.' 묘하게 느껴지는 위화감이랄까. 문득 깨달아지는 사실. 염치란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있을 때엔 존재할 수 없는 단어로구나.

3. 하이드 없~~다

영화 못 본지 오래 됐다. 다행히 책은 읽고 있다. 블로그에 현수막이라도 걸어야겠다. '영화 없어요! 공상 이야기는 이미 옛날에 다 떨어졌어요!'

by 지킬 | 2008/12/16 19:10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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