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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자본주의

 

고死(피의 중간고사), 어엿한 좀비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방학 기간 동안 강남 특정 지역 오피스텔과 원룸 수요가 급증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서울 이외 지역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학생들과 어머니들이 교육 1번지 강남의 수혜를 얻기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강남에 입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적어도 한 달 간 해당 지역의 월세를 감당할 능력이 되는 집안만 가능하다. 거기에 생활비·학원비까지 보태면 적게는 몇 백, 많게는 천만 원도 훌쩍 넘는 금액이 요구될 걸로 판단된다. 나로선 사실 확인할 바 없는 소문이니 믿거나 말거나 알아서 판단들 하시길. 다만 출중한 자식을 뒀으나 재력 없는 부모 입장에선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가슴 한 구석 싸한 이야기임은 틀림없겠다.

재미있는 이야기 둘. 강북을 강남과 똑같이 만들고 공교육의 질을 아무리 높인다 해도 사교육 불패 신화를 전설로 만들 수는 없단다. 어째서? 정답은 특권의식에 있다. 우린 너희와 다르다는 의식이 이미 폭넓게 자리 잡은 탓에 아래쪽에서 치고 올라오면 어떻게 해서든 더 높이 치고 올라갈 거란 얘기다. '강남'이란 단어를 의미 없게 만들어도 어딘가에서 '제 2의 강남'이 생길 건 확실할 테니 사교육이 죽는 일 따윈 절대 없을 거란 확신이다. 이 이야기는 요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를 봤을 때 전혀 근거 없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재미있는 이야기 셋. 학교 성적 상위 몇 % 내에 드는 학생들과 선생님 몇 명이 학교 안에 갇혔다. 그들은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내는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그 문제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정답을 알아내기 전까진 문제 하나가 출제될 때마다 학생 하나씩 죽어 나간다. 영화 <고死 : 피의 중간고사>의 이야기다. 그들은 뭘 잘못해서 그렇게 죽어야만 할까? 정답은... 너무 날로 먹을 생각 말고 영화를 보라. 그럼 알게 될 거다.

경쟁, 서로 다투어 겨룸. 사전에서 찾은 '경쟁'의 뜻풀이 어디를 봐도 '공정'이란 의미는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경쟁'이란 단어를 말할 때면 자연스럽게 '공정'의 의미까지 포함시킨다. 그래서 경쟁을 통한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박수를 쳐 준다. 결과에 상관없이 거기까지 온 그들의 노력·열정은 충분히 그런 것들을 받고도 남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3·4위전에서 우리 여자 핸드볼 팀과 맞붙은 헝가리 대표팀 선수가 흘린 눈물에 내 마음이 움직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 너무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음에도 장미란 선수의 용상 마지막 시기가 팽팽한 다른 경기 결과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 끝에 오는 기쁨과 슬픔, 환희와 한탄은 그렇게 모든 이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그러나 공정이 배재된 경쟁은 '다음'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승자와 패자는 영원히 고착되고, 그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바뀌어 나타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불행히도 우리 교육의 현실은 그런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사교육이 득세한다는 건 돈이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이고, 돈이 날뛰는 곳엔 여지없이 사술이 끼어들게 마련이다. 돈과 사술 앞에서 우리의 양심은 얼마나 굳건히 버틸 수 있을까? 공정함을 고려하지 않은 경쟁(돈이 위력을 발휘하는 경쟁)을 당연히 여기는 풍토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과연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까? <고死 : 피의 중간고사>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답은 확실하게 제시한다. 앞선 자의 발목을 낚아채 어떻게든 넘어뜨려 물어뜯고야 말겠다는 좀비. 그 맹목적인 좀비가 우리 아이들의 현재이자 미래일 거란다.


제목... 고死 : 피의 중간고사(2008년)
감독... 창
출연... 이범수(황창욱), 남규리(강이나), 윤정희(최소영), 김범(강현), 손여은(윤명효), 이얼(수위), 공정환(이치영), 김소희(지원 엄마), 함은정(지원), 손호준, 임동재


꼬리말) 오랜만에 나타나서 뜬금없는 영화 감상(그게 아니면 사회만평...;) 하나 날리고 휘익 사라지는 지킬. 빠라바라바라밤~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by 지킬 | 2008/08/24 01:43 | 영화...또다른 현실 | 트랙백(2)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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