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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이상

 

비누방울

 
예전 사탕을 빨던 아이를 목격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찻길을 건너면서도 그 달콤함에 빠져들어 엄마 손을 놓친 채 넋 놓고 길을 건너던 아이가 있던 자리. 그래서 그 날도 똑같은 상황일 거라 지레 짐작했었다. 엄마가 앞서 길을 건너고 아이가 손에 움켜쥔 무언가를 입에 넣고서 뒤따라 걷고 있었거든. 그런데 아이의 입 부근에서 무언가 나오더니만 바람을 타고 아이 뒤로 날아갔다. 아이는 고개를 돌려 뒤를 봤고 용감무쌍하게도 그 자리에 딱 서 버린다. 찻길 한복판에! 사태를 파악한 엄마는 아이에게 호통을 치고 아이는 얼른 엄마 뒤를 쫓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아이는 다시 저 멀리 날아간 그것을 쳐다본다. 투명한, 투명하게 빛나는 비누방울.

삶이란, 기억이란 그런 것이지 싶다.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금방 터져버릴 듯 연약하지만 자꾸 돌아보면서 탐내고 욕망하는 것. 별 것도 아니지만 때론 아름답고 때론 눈물나게 만드는 것... 비누방울을 보면서 어머니 생각을 했더랬다. 그 이름 자체만으로 아름답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게 세월을 겪어 오신 분. 어떤 기억들은 선명하게 붙잡고 있지만 어떤 기억들은 흐릿하게 지워내신 분. 당신 자신은 시간관념이 모호해졌는데도 시간의 흔적과 영향력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계신 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아침부터 이런 생각 할 필요 없다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었지.

그 다음 날인가? 어쩌면 며칠 더 지났을 수도 있겠다. 요즘은 일에 지쳐 나 역시 시간 흐름에 무감각해지는 중이다. 오로지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 그것만 챙기고 있다. 어쨌든 토요일 아침,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와 이렇게 말하더라. '노무현 대통령 자살했대.' 가슴 저 안에서 뭔가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높은 곳에서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그를 휩쓸었던 감정들은 무엇이었을까? 대화와 토론을 즐겼다지만 아마 그 누구보다 충돌의 현장을 누볐을 인물. 이런 식으로 터질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었다. 그 날도 난 밤 10시까지 일을 했다. 청소를 했고, 아이스크림 냉동고 안에 낀 성에를 제거했다. 그 와중에 틈틈이 비누방울을 떠올렸다. 조그만 아이가 만들어내고 그 초롱초롱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비누방울을. 그 비누방울은 날아 날아 하늘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적어도 내 상상 속에선 그랬다. 하지만 내 기억은 그렇지 않았다. 그 날의 비누방울은 그러니까... 그러니까...

by 지킬 | 2009/05/24 20:09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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