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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영웅

 

셰인, 버려진 영웅

 
총잡이 한 명이 들판을 지나다 외딴 집 하나를 발견한다. 너른 땅 위에 있는 집 하나. 그 곳은 한 개척민 가족이 직접 집을 세우고 땅을 일구는 장소였다. 지나던 나그네에게 호의적이지도, 적대적이지도 않던 태도를 보이던 개척민은 한 무리의 말 탄 이들이 나타나자 갑자기 적대적 태도로 돌변한다. 나중에 나타난 이들은 이 지역 대지주쯤에 해당되는 라이커의 수하들로서 근방 개척민들을 내몰기 위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개척민은 총잡이를 그들과 한 패로 오해한 나머지 그를 내쫓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오해는 풀리고 총잡이는 개척민 집에 머무르게 된다. 그 곳에서 총잡이는 농부로서, 일꾼으로서 평범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라이커와 개척민들의 싸움이 격렬해지면서 총잡이는 다시 총을 잡을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의 기본 갈등은 두 계층이 충돌하면서 생긴다. 라이커는 서부 개척 초기, 맨몸으로 인디언들과 싸워 대규모 땅을 획득한 부류다. 그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 직접 총을 들었고, 원주민을 내쫓은 후 그 곳에 가축들을 방목했다. 자신들을 지켜주는 공권력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힘으로 빼앗은 땅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힘을 갖추어야 했다. 그들은 스스로 지키기 위해 무장해야만 했던 것이다. 라이커가 절실히 원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안정이었으리라. 그러나 그 안정을 얻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무질서였다. 억압과 파괴를 기초로 한 지배, 그것이 라이커의 방식이었으니까. 그런데 라이커가 얻어낸 땅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것도 원주민이 아닌 라이커와 같은 백인들이. 그들은 백인이지만 라이커와 같은 총잡이들은 아니다. 대개는 가족을 이루고 있는 그들은 맨손으로 땅을 일구어 마을을 이루는 부류들이다. 조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그들 역시 라이커와 마찬가지로 안정을 원한다. 다른 점이라면 질서를 바탕으로 한 안정이라는 거. 결국 두 계층은 충돌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같았지만 그 방식이 달랐고, 무엇보다 라이커가 고집하는 독점과 조가 선택한 나눔은 공존하기 힘든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폭풍전야처럼 잠복해 있던 갈등은 한 명의 인물이 개입되면서 증폭되고 동시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 인물은 우연히 그 곳을 지나던 총잡이, 바로 셰인이다. 셰인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조의 집에 나타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악당이었을 수도 있고, 보안관이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그가 평범한 삶을 살았던 건 절대 아니라는 점, 총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점, 현재는 악한 심성을 지니지 않았다는 점뿐이다. 그가 조의 편에 서면서 라이커의 앞길은 탄탄대로와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 셰인과 조가 한 편이라 해서 그들을 한 부류로 묶을 수는 없다. 오히려 셰인과 조는 앞서 라이커와 조가 대조되었듯이 서로 대조되는 게 가능하다. 즉, 셰인은 땅이나 가족 등 전통적 가치와 동떨어진 인물이나 조는 확고한 의지와 용기를 지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전통적 가치에 충실한 인물이다. 또한 셰인은 시스템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존재로서 혼돈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반면, 조는 시스템이 인정하는 전형적 표본으로서 안정의 가치를 대표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셰인은 라이커가 고용한 총잡이 윌슨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언뜻 보면 윌슨은 셰인과 대립하기 때문에 서로 전혀 다를 듯하지만 돈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셰인과 같은 혼돈의 속성을 간직했기 때문이다.

이제 라이커와 조의 갈등은 라이커·윌슨 대 조·셰인의 갈등으로 확대된다. 결과는 조와 셰인의 승리다. 영화는 무질서를 억누르고 안정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면서도 마을을 떠나야만 하는 셰인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영웅이라 하더라도 시스템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사회는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다 여기는 영웅(조)을 수용했고, 그렇지 못한 혼돈의 영웅(셰인)을 내몰면서 안정을 이끌어낸다. 그것이 시스템의 특성이라 자위할 수도 있겠으나 불행히도 시스템을 구성하는 보통 사람들의 의지이기도 하다. 그렇게 <셰인>은 안정을 위한 개인과 사회의 이기적 욕망을 드러내면서 끝을 맺는다. 허나 힘들게 얻어낸 안정이 오래 갈 거라 장담하진 못한다. 혼돈을 내몰았으나 그 자리엔 또 하나의 혼돈이 있기 때문이다. 조의 아들인 조이는 모든 것을 지켜봤다. 아버지의 굳건한 의지와 용기, 셰인의 가르침과 싸움, 떠나는 셰인을 붙잡지 않은 어머니 마리안의 태도. 조이는 셰인을 끝까지 전송하면서 우리와 함께 살자고 외친다. 하지만 셰인은 떠난다. 그런 조이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원제 : Shane(1953년)
감독 : 조지 스티븐슨
원작 : Jack Schaefer 'Shane'
출연 : 알란 라드(셰인), 벤 헤플린(조 스타렛), 진 아서(마리안), 브랜든 드 빌드(조이), 잭 팔란스(윌슨), 벤 존슨(크리스), 앨리샤 쿡 Jr.(스톤월), 에밀 메이어(라이커)


꼬리말) 잭 팔란스의 악역 포스는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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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킬 | 2008/11/16 13:39 | 영화...또다른 현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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