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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시장

 

일상들, 데굴데굴 95

 
1. 이게 뭐지?

날이 너무 추워서 시장에 가는데도 중무장을 하고 나갔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바람이 쌩쌩. 그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해볼까 싶어 앞사람들 뒤로 몸을 숨긴다. 앞사람들이라 함은 아이를 안고 있는 애 엄마(바람을 막아주지는 못할망정--;). 아이는 눈을 약간 아래쪽으로 모으고서 입으로 후후 바람을 불고 있더라. 처음엔 뭐 뜨거운 먹을 거라도 들었나 했는데 알고 보니 자기 입에서 나온 입김이 신기해 계속 바람을 불어내고 있던 것. 엄마가 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입에서 입김이 나와? 날이 추워서 그래. 그렇게 계속 불면 어지러워.' 만약 내가 아이를 안고서 그 아이가 저러고 있다면 뭐라 설명해줄까 상상해봤다. '입에서 김이 나와? 용의 후손인가 보다. 입에서 브래스를 다 내뿜고.' 정도?

2. 산은 산이요

시장 떡볶이 집 앞.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주변을 돌아봤다.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자꾸 이상하다. 좀 더 주변을 자세히 살폈다. 그랬더니만... 비둘기 한 마리가 위쪽 철골 구조물에 앉아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중이다. 목을 쑥 뽑기도 하고, 좌우로 돌리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가도 다시 왼쪽으로 옮기고. 이 시장이 실내는 아니지만 양쪽 끝을 제외하곤 천장까지 천막 같은 것들로 막혀 있으니 새들은 들어오면 나가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어쨌든 저 녀석은 저기 저렇게 앉아서 요지경 세상을 구경한다. 문득 저 조그만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 생각이라는 걸 하기는 할까? 시선을 아래로 내렸더니 잡화를 파는 아주머니가 팔짱을 끼고 앉은 채로 졸고 계신다. 이 추위에 졸음을 맞이하실 정도면 엉덩이에 뜨거운 장판이라도 깔고 앉으신 모양이다. 아주머니는 공자님을 만나고 계시고 비둘기는 아마도 '움직이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요, 먹을 것은 먹을 것이요'라는 기가 막힌 선문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거 참 명당자리로세. 나도 저 앞에 가서 서면 통달할 수 있으려나? 삐쩍 마른 건 나요, 부들부들 떠는 것도 나로세.

3. 바쁘다 바빠

시간을 쪼개고 쪼갠다. 낮엔 교육 받고 밤엔 청소하고. 오늘은 은행가고 내일은 병원 가고. 시간을 쪼개다 쪼개다 안 되면 막 나를 쪼개고 싶은 거 있지? 한 조각은 이거 하고, 한 조각은 저거 하고. 그러다 요즘처럼 바람 세게 불면 너무 가벼워서 어딘가로 휙 날려가 버릴까? 그래도 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몸은 가벼운데 머리가 너무 무거워(머리가 커서 무거운 건 절대 아님).

by 지킬 | 2008/12/06 15:10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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