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들, 데굴데굴 110 내 안의 소리들

1. 만화

어렸을 때 TV에서 짧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애니메이션을 방영해 준 적이 있다. 정규 편성은 아니고 스포츠 중계가 예상보다 일찍 끝났을 때 정규 방송 시간까지 시간을 메울 요량으로 틀어주던 것들. <톰과 제리>도 그것들 중 하나였고 그 외에도 각종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한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그 중 기억나는 게 방파제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새자 두 팔과 두 다리 등 몸에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구멍을 막다가 결국 어쩌지 못하고 휩쓸리는 이야기다. 장사를 시작하고서 일년 중 아홉 달 쯤은 저런 느낌으로 산다. 만화에선 마지막 순간 화면 바라보면서 눈 껌뻑이다 휙 떠내려가곤 했는데... 난 무얼 바라보게 될까? 잡설이 길었지만 만화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

2. 착각

새벽에 뭔가 거슬리는 게 있어서 눈을 떴는데 문 발치에 비닐 봉투 하나가 움직이고 있더라. 창문을 열어놨더니 바람 따라 오락가락하다 방문 앞에 자리 잡은 모양이다. 놀아달라고 보채는 강아지 이미지를 순간 덧씌웠다가 다시 잠을 청했다. 물론 침대 옆까지 스르륵 밀려들어온 비닐봉투는 바람 안 통하는 구석에 처박아놓고. 밤 11시쯤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데 뭔가 가늘고 길쭉한 게 내 옆으로 휙 다가왔다. 쥐?! 너무 긴데? 족제비? 어렸을 때 보고 본 적 없는데 족제비 맞나? 다가오는 것도 순식간이었는데 사라지는 것도 빨랐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안에서 족제비? 새벽엔 비닐봉투가 개 흉내를 내더니 밤엔 무얼 보긴 했는데 정체가 아리송하다. 요즘 사는 게 이렇다. 앞으로도 그럴 거 같고.

3. 장사

사람 상대로 물건 파는 장사는 체력 싸움인 동시에 얼마나 사람들을 견뎌내는가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싸움이다. '사장'이란 호칭에 속아 느긋하게 일할 생각이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좋다. 견뎌내야 할 사람 중엔 진상 손님뿐만 아니라 내가 뽑은 직원들도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해야 한다. 정규직이 아닌 일용직이라면 책임감과 소속감이 떨어질 테니 특히 더 그렇다. 두 가지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장사에 도전해보자.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도전한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런 삶이 이 세상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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