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읽을거리...불끈!

한글 부제 : 소비문화와 풍요의 뒷모습,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원제 : Empire of Scrounge(Inside the Urban Underground of Dumpster Diving, Trash Picking, and Street Scavenging)
지은이 : 제프 페럴(Jeff Ferrell)


... 매일같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쓰레기를 수집하는 동안 나는 이전에 자동차를 타고 다니던 시간이나 사무실에서의 근무 시간, 도심의 쇼핑몰에서 보낸 시간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단순한 길거리 생활에 적응하면서 몸과 마음 모두 느긋한 속도에 익숙해졌다. ...(책 본문 중에서)

생각만으로 무언가 변하진 않는다. 그랬다면 세상은 온통 연예인과 부자들로 득시글거릴지도 모른다. 깨닫고 행동이 뒤따르고 그래야만 비로소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 법이다. 하지만 행동하는 건 정말 어렵다. 그 행동으로 인해 놓치고 버려야 할 것들은 확실한 반면 얻게 될 것들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난 장사의 노예가 되어가는 중이다. 내 공간은 집과 가게를 잇는 하나의 선만으로 정의되고, 내 시간은 가게와 알바들의 사정에 따라 분할 된지 오래다. 내가 이 시공간의 팍팍함을 깨뜨린다면 날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일지 두려울 정도다. 얼마나 두려우냐고? 그냥... 40년이라는 내 삶의 무게만큼이나 두렵다.

책의 주제와 관련 없는 얘긴 그만 주절대고 책과 관련된 얘기를 하자면, 이 책은 쓰레기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와 관련된 삶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을 밝힌다.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필요한 것만 취하며, 재활용과 분배를 통해 극단적 소비문화의 대안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얘기.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최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야 만족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일을 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최선의 삶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는 저 밑바닥 삶이나 다름없으니까.

결국 행동, 즉 실천이 문제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는가? 사회가 강요하다시피 하는 표준이란 굴레에서 한 발 물러날 수 있는가? 글로 써 놓으면 간단한데 이게 실제 행하기엔 참 어렵다. 그렇다면 행동에 앞서 관심이라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만으론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게 이 포스팅의 첫 일갈이었지만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싶은데.

꼬리말)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5년 가까이 하루 평균 4~50분씩 쓰레기통을 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레기'란 단어에 눈길이 갔고 책을 읽으면서도 많은 부분 공감을 했다. 하지만 나처럼 매장 쓰레기통을 뒤져본 경험도, 멀쩡한 음료수들이 버려지는 양에 놀라서 돈의 가치가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면 이 책은 정말 재미없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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