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10일
모를 일
그 날은 아침부터 꽃가루가 날리고 있었다. 다른 날은 잘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날 만큼은 확실히 하얀 꽃가루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얼굴로 날아드는 꽃가루를 이리 저리 피하며 건널목에 도달해야 할 정도로 양이 충분히 많았다. 그런데 건널목 앞에 선 뒤부터 꽃가루에 신경 쓸 여지가 없어지고 말았다. 인도에서 네댓 발짝 저 쪽 찻길에 비둘기 한 마리가 있었거든. 요즘 비둘기들은 웬만해선 날아오르지 않는다. 마치 두 발 달린 사람이라도 된 양, 그들은 두 발로 부자연스럽게 걸어 다니곤 한다. 그 때도 그랬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이 녀석은 어쭙잖은 사람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출근 시간. 차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인정사정이 없었다. 휙. 비둘기 바로 옆으로 한 대가 지나갔다. 또 휙. 그렇게 네 대가 지나갔고 내 가슴은 네 번이나 덜컥 내려앉았다가 제 자리를 찾았더랬다. 그리고 다섯 번째... 내 가슴은 더 이상 내려앉을 필요가 없게 됐다. 존재 하나가 아스팔트에 짓눌린 채 찌부러져 있고, 그걸 바로 눈앞에서 목격한 여중생 둘이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며 펄쩍 펄쩍 뛰었다. 파란불이 들어왔다. 그 자리를 뒤로 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겨보지만 소리는 지워지지 않았다. 차바퀴와 아스팔트 사이에 끼인 몸뚱이가 냈던 소리. 조금은 둔탁한 풍선 터지는 소리 같았던 그 소리가 살아있던 존재의 흔적을 마무리 짓는 단발마의 비명 소리였다. 젠장.
그 날 오후, 매장 안으로 검은색 물체 하나가 날아 들어왔다. 컵라면을 먹던 여자 손님 한 명이 기겁을 했고, 계산대 앞에 있던 사람 한 명이 시선으로 그 꽁무니를 따라잡았다. 나? 계산 먼저 해준 후 빗자루를 손에 들고 그 뒤를 쫓았지. 처음엔 커다란 검은 나방이라 생각했다. 사람이란 게 묘해서 조그만 벌레는 쉽게 짓눌러 없애버리지만 이 정도 크기는 살짝 망설이게 된다. 징그러운 것도 있지만 죽이고 나면 죄책감이 들 때가 있어서... 우습지 않나? 죄책감이 덩치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게. 어쨌든 빗자루로 공중을 날던 녀석을 후려쳤고 녀석은 바닥에 추락했다. 그리곤... 아까 말했던 죄책감이 내 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녀석은 죽지 않았다. 불현듯 내리꽂힌 땅바닥에서 날개를 꿈틀꿈틀. 여기서 빗자루를 내리치면 어째 내가 아침에 봤던 그 차바퀴와 동격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이것도 우습지 않아? 비쩍 바른 차바퀴라니... 장갑을 끼고서 녀석의 날개를 잡았다. 푸드득거리는 몸짓에서 힘이 느껴졌다(날개를 쫙 피면 내 손바닥을 뒤덮을 정도로 덩치가 있었다). 밖으로 나가서 놓아줬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얀 꽃가루 사이로 검은 날갯짓이 이어졌다. 녀석은 나방이 아니라 검은 나비였다. 이 말도 참 우습지? 같은 크기의 나방이면 어떻고 나비면 또 어떤가? 덩치에 따라, 외모에 따라 죽여야 할 생명, 살려야 할 생명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이리 저리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검은 나비를 보면서 속으로 웅얼거렸다. 사람들이 직선으로 만들어놓은 건물엔 다신 들어오지 말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날따라 귀가 시간이 늦었다. 지하철 막차였고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자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맨 처음 신호를 보낸 건 MP3 플레이어였다. 귀로 흘러들어오던 음악이 갑자기 뚝 끊겼다. 배터리 충전이 안 되어 있던 탓에 전원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후우 한숨 한 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 안에 빈 자리가 많았다. 피곤하기도 했거니와 들을 음악도 없고 책도 안 가져왔던지라 앉자마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눈을 떴는데 어느 새 종착역 바로 전 정거장이었다. 후우 한숨 또 한 번. 기억해낼 수 없는 사라져버린 시간. 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보려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11시 55분. 대략 40여분. 그게 그 날 본 핸드폰의 마지막 표시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툭 꺼져버리는 핸드폰. 요즘 심심하면 혼자 꺼져서 시체 놀이하는 게 이 녀석 특징이다. 가끔 한참 동안 다시 안 켜질 때도 있는데 하필이면 그 날 그랬다. 투덜거리면서 걷는데 종착역이라며 잠든 승객들을 깨우는 역무원이 보였다. 한 남자는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술에 취한 것인지, 죽음을 엿보는 것인지. 빨리 자정이 지나가 그 날이 지나가길 빌었다. 집에 들어왔을 땐 이미 다음 날이었다. 새로운 시작. 하지만 내가 한 행동은? 죽은 듯이 잠에 빠져드는 일이었다.
그 날 오후, 매장 안으로 검은색 물체 하나가 날아 들어왔다. 컵라면을 먹던 여자 손님 한 명이 기겁을 했고, 계산대 앞에 있던 사람 한 명이 시선으로 그 꽁무니를 따라잡았다. 나? 계산 먼저 해준 후 빗자루를 손에 들고 그 뒤를 쫓았지. 처음엔 커다란 검은 나방이라 생각했다. 사람이란 게 묘해서 조그만 벌레는 쉽게 짓눌러 없애버리지만 이 정도 크기는 살짝 망설이게 된다. 징그러운 것도 있지만 죽이고 나면 죄책감이 들 때가 있어서... 우습지 않나? 죄책감이 덩치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게. 어쨌든 빗자루로 공중을 날던 녀석을 후려쳤고 녀석은 바닥에 추락했다. 그리곤... 아까 말했던 죄책감이 내 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녀석은 죽지 않았다. 불현듯 내리꽂힌 땅바닥에서 날개를 꿈틀꿈틀. 여기서 빗자루를 내리치면 어째 내가 아침에 봤던 그 차바퀴와 동격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이것도 우습지 않아? 비쩍 바른 차바퀴라니... 장갑을 끼고서 녀석의 날개를 잡았다. 푸드득거리는 몸짓에서 힘이 느껴졌다(날개를 쫙 피면 내 손바닥을 뒤덮을 정도로 덩치가 있었다). 밖으로 나가서 놓아줬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얀 꽃가루 사이로 검은 날갯짓이 이어졌다. 녀석은 나방이 아니라 검은 나비였다. 이 말도 참 우습지? 같은 크기의 나방이면 어떻고 나비면 또 어떤가? 덩치에 따라, 외모에 따라 죽여야 할 생명, 살려야 할 생명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이리 저리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검은 나비를 보면서 속으로 웅얼거렸다. 사람들이 직선으로 만들어놓은 건물엔 다신 들어오지 말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날따라 귀가 시간이 늦었다. 지하철 막차였고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자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맨 처음 신호를 보낸 건 MP3 플레이어였다. 귀로 흘러들어오던 음악이 갑자기 뚝 끊겼다. 배터리 충전이 안 되어 있던 탓에 전원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후우 한숨 한 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 안에 빈 자리가 많았다. 피곤하기도 했거니와 들을 음악도 없고 책도 안 가져왔던지라 앉자마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눈을 떴는데 어느 새 종착역 바로 전 정거장이었다. 후우 한숨 또 한 번. 기억해낼 수 없는 사라져버린 시간. 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보려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11시 55분. 대략 40여분. 그게 그 날 본 핸드폰의 마지막 표시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툭 꺼져버리는 핸드폰. 요즘 심심하면 혼자 꺼져서 시체 놀이하는 게 이 녀석 특징이다. 가끔 한참 동안 다시 안 켜질 때도 있는데 하필이면 그 날 그랬다. 투덜거리면서 걷는데 종착역이라며 잠든 승객들을 깨우는 역무원이 보였다. 한 남자는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술에 취한 것인지, 죽음을 엿보는 것인지. 빨리 자정이 지나가 그 날이 지나가길 빌었다. 집에 들어왔을 땐 이미 다음 날이었다. 새로운 시작. 하지만 내가 한 행동은? 죽은 듯이 잠에 빠져드는 일이었다.
# by | 2009/05/10 19:40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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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몸이 지쳤는지 날아들어온 벌들을 그냥 빗자루로 툭툭 쳐내곤 해요. 다행이라면 명중율이 현저히 떨어져서 추락하는 벌들이 별로 없다는 거지만. 어쨌든 매장 안에 들어온 벌들은 이래저래 살아나가기 힘듭니다. 대개는 음료수 단 냄새 때문에 날아드는 거 같은데 결국엔 냉장 매대 안쪽에서 죽어있기가 쉽죠.
제가 글을 워낙 띄엄띄엄 쓰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