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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 데굴데굴 99

 
1. 우울함과 호기심 사이

가끔 우울해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청바지가 너무 격렬하게, 또는 애매하게 찢어지는 통에 새 청바지를 사려고 옷가게를 찾아갔는데 그 가게가 사라져버린 경우. 백화점이었다면 다른 가게라도 둘러봤을 텐데 그냥 길거리에 옷가게들 몇 개 모여 있는 곳이라서 그럴 수도 없었다. 뭘 할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택한 길이라서 그 허탈감이 컸다. 문득 강아지들이 낯선 곳에서 갈 길을 잃으면 어떤 심정일지 무척 궁금해지더라. 왜 그런 의문이 떠올랐냐고? 허망함에 정신을 놓고 있을 때 내 옆으로 닥스훈트 같은 개 한마리가 얌전히 지나갔거든. 삶이란 게 그렇지 않나? 잘 짜여진 듯하다가도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일로 인해서 삶의 방향이 확 틀어지기도 하는 것. 그러니까 하필이면 그 순간 땅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가는 듯한 개 한 마리가 지나갔고 내 생각은 방향을 틀어버렸다는 거지.

2. 엄마와 아이 사이

살랑거리는 개 뒤꽁무니를 바라보는데 어느 순간 아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모양새가... 등에 가방 하나를 매고 있는데 그 가방 모양이 개다. 아이가 마치 개를 업은 꼴인데 그 개, 그러니까 그 가방에 끈이 달려서 그 끈 끝을 엄마가 잡고 있었다. 아이는 납작한 강아지를 보고 그 강아지를 쫓아가려 했지만 엄마는 요지부동. 아이 왈, '이, 이!(아마 나, 저리 갈 거야 쯤의 의미)', 엄마 왈, '어딜 가, 가만있어!' 아이의 몸짓은 완강했지만 가방 끈을 잡은 엄마의 손은 더욱 완고했다.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는데 꼬맹이 너는 대단하구나. 힘에 겨운 아이가 엄마를 돌아보며 한 마디 한다. '아!' 그러자 엄마도 한 마디 한다. '뭐!' 각자 한 마디만으로 완벽한 의사 표현을 이루어내는 완벽한 관계.

3. 그 무언가와 2kg 사이

이런 글을 쓰려고 했던 건 아니다. 얼마 전부터 계속 반복되는 일인데 글을 쓰다가 보면 갑자기 방향을 잃은 느낌이 들고 그러다 보면 그 때까지 써왔던 글을 지워버린다. 영화와 책과 멀어졌던 몇 개월 사이, 어떤 감각을 잃지나 않았는지 걱정스럽다.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체중이 2Kg이나 불었다. 그 2Kg이 내 안에서 무언가를 밀어내고 자리를 잡은 거라면 난 평생 삐쩍 마른 채로 살아갈 테다.

by 지킬 | 2009/04/05 19:30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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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ilent man at 2009/04/05 23:45
그것이 나비효과일까나요...

그럼 전 예전(...)에 비해 거진 십키로구람이 제 안에서 뭔가를 제 안에서 밀어내고 있나봅니다. 흑흑.
Commented by 지킬 at 2009/04/06 22:48
10kg... 제 체중의 1/5이 조금 안되는 분량이군요...^^;
Commented at 2009/04/06 12: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9/04/06 22:52
몸은 적응을 했는데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해야겠죠. 며칠 전부턴 그래도 지하철 안에서 무려 책도 보고 다니는 중이에요. 조금씩 나아져갈 거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니야 at 2009/04/08 07:41
오랜만에 올라오는 글이군요. 그리웠습니다. 그리고 2kg은 피와 뼈가 될거라니까요.
Commented by 지킬 at 2009/04/09 23:15
말 그대로 똥배가 아닐런지 심히 걱정스러운 요즘입니다--;
자주 등장하고는 싶은데 손가락도, 머리도 생각만큼 원활하게 움직여주질 않네요^^
Commented by 시진이 at 2009/04/25 09:15
아니 체중이 부셨다니, 이거 참 반가운 소식 아닙니까! (그 어렵던 일을! 해내신!!거잖아욧~!)

마지막문장 같은 생각은 - 제가 저, "어떤 감각을 잃지나 않았는지" 걱정스러운 상태를 매우 오랜 기간 ; 경험해보았기에, 드리는 말씀인데 - 그냥 그런 상태 마음일때는, 별별 그러니까 저런 마지막 문장같은 원래는 말이 안되는 (뭐가 뭘 밀어내겠고 생각에 무슨 그램수가 있겠고, 살은 살일 뿐이고..그쵸?하하) 하여간 저런 생각들이, 그럴때엔 마구 들더라구요. 그냥 싸악~ 잊어버리고, 자면 됩니다. ㅎㅎ (전 그랬어요ㅠㅠ) 넘 무책임했나;;

자주는 아니 등장하시어도 좋으니, 편하고 맑~~게, 머릿속이 개운해지게 온전한 휴식을 충분히 가지실 수 있길. 그러기 위해 여기도 잠깐, 쉬어간대도 누가 뭐라나요. (주인맘이고, 또^^) 다, 그게 다시 돌아오기 위한 건데^^ (라고 제자신을 옹호하는 묻어가기멘트. 역시 저는 천잽니다)

그나저나 저 아! 뭐! 이거 제가 자주(...) 쓰던 화법인데. 흐흐
Commented by 지킬 at 2009/05/03 16:44
짜잔~! 55Kg~ V^---^V

요즘 잠은 잘 자고 있어요. 바닥에 등만 대면 잔다죠. 자는 시간이 좀 부족해서 그렇지... 종종 책도 읽고 있습니다. 반쯤 졸면서 읽는다는 게 살짝 문제긴 하지만... 생각도 많이 하고 있구요. 어떻게 하면 매출을 늘릴까만 골몰해서 그것도 좀 문제긴 하지만서두...--;

아! 뭐! 는 짧지만 강렬한 화법이죠. 아기와 엄마 사이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화법이구요^^
Commented by 시진이 at 2009/05/03 22:33
첫화면에서 옆에 저 짜잔~! 을 보구서
그 2kg가 혹시 애교 는 아니었을지 잠깐 생각 하였다는...(게다가 저 앙증맞은 표정이라니요!)
축하드려야 하나요? (더 찌우세요..!)

바쁜 그 속에 잠시잠깐 쉬어가는..시간들이 많으시길 바래봅니다..봄이라 나른~해질 날씨라 (이제 곧 본격화 되겠죠ㅠㅠ 차라리 비오고 쌀쌀한게 나았을까요...) 쉽진 않겠지만요; 그래도 밥은 더 많이 잘 챙겨 드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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