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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 데굴데굴 94

 
1. 슈퍼맨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간다, 어디가 아파 병원에 간다 하면서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는데 며칠 전 기어이 병원에 갔다. 무릎도, 목도, 허리도, 골반도 아닌 어깨가 아파서. X-ray 사진도 찍었다. 딱딱한 선반에 엎드려서 한 손 머리 위로 쳐들고 다른 손은 몸에 붙이고 두 다리는 4자 형태, 고개는 쳐든 손 반대편을 향했다. 이상하게 슈퍼맨이 생각나는 거 있지. 웃기다고 키득거릴 용기는 없어서 코 몇 번 훌쩍거리는 걸로 대신했다. 그렇게 사진 찍고 정형외과 앞에서 기다렸더니 한 장이 잘못됐다고 다시 찍고 오란다. 그래서 또 한 번 슈퍼맨, 또 한 번 훌쩍. 그리고 드디어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뼈엔 이상 없단다. 일종의 직업병으로 추정되니 쉬엄쉬엄 하란다. 나두 쉬엄쉬엄 하면서 돈 벌고 싶은데. 역시 근육 힘 짱인 슈퍼맨이 되는 길뿐인 것이야.

2. 이불

날이 급격히 추워지면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 덮었다. 무게가 살짝 무거워졌고, 밤에 잘 때 더 따뜻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질 못한다. 이전에 덮었던 얇은 이불과 무게 차이가 얼마나 날까 싶지만 그 무게가 내 기상 시간을 한 시간, 때론 두 시간 이상 뒤로 늦추어버렸다. 내 의지든, 체력이든 불어난 그 이불 무게만큼도 감당 못하고 있다는 얘기. 난 요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잔다.

3. 편리함

편리함만을 추구한다면 사람은 언젠가 사람이 아닌 것이 되어 있을 거라 확신한다.

by 지킬 | 2008/11/22 18:03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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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니야 at 2008/11/22 22:20
3번. 요즘에 참 도움되는 얘기에요. 건강이 최고죠. 여행다니다보니 역시 몸이 재산이더랍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11/23 12:09
여행 책이나 여행 얘기 나오면 거의 니야님부터 떠오르는 부작용에 시달리는 중^^; 건강하게 여기저기 발자국 살포시 남기고 돌아오세요.
Commented by 도연 at 2008/11/22 23:24
3번, 어제 식당에서 30분 기다리며 투덜대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ㅎㅎ
Commented by 지킬 at 2008/11/23 12:16
30분. 쪼오금 길긴 했네요^^
Commented at 2008/11/23 00: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11/23 12:19
1. 돈 놓고 돈 먹기 아니면 직업병 없이 밥 벌어 먹기 힘든 세상이 올지도 몰라요. 투덜.
2. 목화솜이라면 그 무거운 이불, 맞죠? 어렸을 때 덮었던 기억이 있는데 따뜻하고 정말 무거웠던 거 같아요. 저는 이미 아주 어렸을 때부터 꾀를 부렸었는데...;
3. 그래도 아직은 사람이라,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시린콧날 at 2008/11/24 10:20
저는 얇은 이불 3개를 얹고 자기 시작했는데, 일어나보면 언제나 한장은 어디 '안드로메다'에 가있는 통에 그다지 무게는 못 느끼고 잡니다. 그래서 일어날때 별 차이가 없는 걸지도 모르구요. 그러다가 출근길에 셔츠를 입는 순간 느낍니다. '아~ 춥다' 이불이 그렇게 포근한걸 그제서야 느끼지요 :)
Commented by 지킬 at 2008/11/25 10:27
이불 두어 개 겹쳐 덮으면 항상 하나는 다른 곳에 가 있더라구요.
이불, 정말 포근하죠^^
Commented by sesism at 2008/11/24 11:12
저도 예전에 비염 때문에 병원에서 X-레이 찍은 적 있었는데, 비슷한 자세로 엎어져서 찍었는데, 너무 웃겨서 키득키득 웃었었어요. 그랬다가 혼나기도 했던. 자세도 웃긴데 제가 그때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여고생 시절이었거든요. 아무튼 건강이 최곱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11/25 10:29
비염을 찍는데도 그렇게 찍는군요. 확실히 웃긴 자세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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