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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 데굴데굴 93

 
1. 아침마다 고양이

출근 시간이 오후라서 아침엔 조금 미적거리는 편이다. 8시쯤 일어나서 쌀 씻고 밥 앉혀놓은 후 어머니와 함께 운동을 나서곤 한다. 하지만 가끔 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밥이 다 될 때까지 마루 소파에 드러눕는다. 살짝 추운 기운에 팔짱을 끼고 다리는 끄집어 올려서 몸에 찰싹 붙이고. 어머니는 바로 옆 1인용 소파에 앉으셔서 리모콘을 만지작거리시든지, 어제 얘기를 하신다든지, 아니면 내 머리를 관찰하신다(어머니는 항상 아이일 것만 같은 아들 머리에 흰머리 나있는 게 신기하신 모양이다--;). 우리 집은 베란다 창이 동쪽을 향하고 있어서 저렇게 누워있으면 아침 해가 마루로 들어온다. 햇살이 소파 위 내 몸도 기웃, 그 옆 어머니 손도 기웃, 테이블 위 난초들에게도 기웃. 압도적이진 않지만 그 가벼운 따스함이 몸을 쓰다듬는 게 좋다. 눈 살짝 감고 입에 미소라도 띠고 누워있으면 영락없는 고양이 신세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흐려서 불행히 사람 몰골로 흐느적거렸다.

2. 날마다 고민

나이가 들어 그런가? 생일날 선물을 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망설여질 때가 있다. 친구가 아닌 웃어른, 그리고 아들 유학비로 모든 경제력을 그 쪽에 동원시켜야 할 입장, 거기에 불경기. 그런 것들이 겹쳐지면서 지난 추석 때 일도 함께 떠올랐다. 매년 추석이면 일하는 아이들에게 선물세트를 줬었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었다. 추석 며칠 전, 미안한 심정을 담뿍 담아서 이번 추석엔 아무래도 선물을 하기 힘들 거 같다며 말씀하셨더랬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터라 크게 신경 쓰진 않았었다. 그리고 나 역시 추석이면 항상 드렸던 선물을 생략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가 드리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가 받게 될 것이니 말이다(예전엔 항상 그랬었다). 그렇게 되면 그 분이 힘들게 얘기하신 게 아무 의미 없이 돼 버리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며칠 후 그 분 생일이고 선물을 하자고 했을 때 선뜻 그러자고 할 수가 없더라. 그 분 성격에 받고서 속 편히 그냥 계실 분은 아니고, 무언가 돌려주자니 그 또한 부담이 될 거고... 하지만 일단은 그냥 하기로 했다. 선물을 하자고 말했던 그 아이 맘이 예쁘기도 하고, 말하는 걸로 봐서 돈이 살짝 모자란 듯도 한데 몇 사람이 보태서 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인 듯하다. 아으, 단순하고 싶다, 정말.

3. 생각날 때마다 투덜

이번 일요일 결혼식에 가야 한다. 날짜가 가까이 다가오자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투덜댄다. '양복 입기 싫은데.' 어차피 막 가는 세상인데 신랑 제외하고 결혼식장엔 아무도 양복 입어선 안 된다는 법이라도 제정해 주면 안 될까? 아 씨, 양복 입기 정말 싫은데.

by 지킬 | 2008/10/23 10:45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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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10/23 13: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10/24 11:17
단순하려면 주변을 돌아보지 않아야 하나요?... 쉽지 않은데...;
아침마다 고양이는 은근히 중독성 있습니다^^
Commented by 네르 at 2008/10/24 00:59
저도..결혼식에 캐쥬얼 입고 가도 아무도 뭐랄 사람없는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힛.
Commented by 지킬 at 2008/10/24 11:18
과연 그럴 세상이 올련지. 그렇게만 된다면 저야 대환영.
Commented at 2008/10/25 07: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10/26 08:58
찟어진 청바지는 상상도 못 해 봤어요 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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