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07일
헬보이2, 탐욕이 먹어치운 것들
'역사는 선택이다.' <헬보이> 1편에서 선보였던 생각이었고, 헬보이는 자신의 뿔을 부러뜨림으로써 악마의 앞잡이가 되는 것을 거부했었다. 그렇게 그의 선택은 세상을 파멸로부터 건져냈다. 이제 2편이다. 이번에 영화는 인간의 역사를 탐욕의 역사로 정의 내린다. 결코 만족하지 않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끝없는 욕심의 역사. 사람들은 그 탐욕의 대가를 이미 한 번 치렀다. 먼 과거, 지금은 전설로만 기억되는 아주 먼 과거, 다른 종족을 내몰며 땅덩이를 넓혀가던 사람들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불멸의 골든아미에게 무참하게 짓밟힌다. 멈춤도, 자비도 없는 골든아미 앞에서 사람들은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무자비함에 회의를 느낀 요괴(또는 요정)의 왕은 골든아미를 봉인하고 사람들과 협정을 맺는다. 사람들은 도시를, 요괴들은 숲을 다스리며 평화롭게 살아가자고. 그 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요괴와 달리 유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수많은 세대를 거쳤고 협정은 잊혀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탐욕에 휩싸였다. 숲을 파괴하고 도시는 확장됐다. 그러면서 '함께' 라는 공존의 개념도 사라져갔다.영화는 사람들의 역사를 규정한 후 다수가 아닌 소수에 집중한다. 헬보이, 리즈, 에이브는 사람이 아니라서, 또는 사람이지만 특이한 능력을 지녀서 평범한 삶과 동떨어져 있다. 그들은 때론 '비정상'이라 불리며 다수의 사회 속에 숨어 산다. 자신을 드러내고 함께 하고 싶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탐욕의 역사는 공존을 잊었기 때문이다. 요괴의 왕족인 누아다와 누알라도 소수라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 그들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욕심으로 살아갈 공간을 잃었다. 그 역시 공존을 잊은 탐욕의 역사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모두는 탐욕의 피해자들이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은 선택을 한다. 누아다는 사람들을 멸하기로, 누알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공존의 희망을 이어가기로, 리즈와 에이브는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기로. 그 선택에 따라 이야기는 흐름을 타고 역사가 된다. 소수에 의해 좌우되는 역사가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고? 그럼 다수에 의해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그들의 입장은 충분히 공평한 것이었던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언제나 마주치게 되는 것, 죽음.' 감독의 취향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는 한 캐릭터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압도적인 죽음의 그림자를 연상시키듯 커다랗게 드리워진 날개와 호시탐탐 낚아챌 기회만 포착하려는 듯 날개 곳곳에 자리 잡은 수많은 눈동자들. 소수의 선택은 언제나 그런 죽음과 마주칠 만큼 절박하다. 그들이 해야 할 선택 하나하나가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는 그들을 외면한다. 우리와 다르니까, 우리 이익에 반하니까. 영화는 그나마 그 정도다. 현실은 더욱 삭막해서 이런 이유도 든다. 확신은 없지만 앞으로 우리한테 혹시 해가 될지도 모르니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예측해 배척하기까지 하니 '공존'이란 단어는 애당초 끼어들 자리가 없다. 그래서 헬보이 일행은 죽을 고생 끝에 '나 그만 둘 거요' 말하고 조직에 사표를 낸다. 그게 이 영화의 끝이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로 그렇게 끝이 날 수 없다.
혹시 이런 말 들어본 적 있나 모르겠다. 아파트 단지에 임대 아파트 몇 채가 끼어있으면 집값에 영향을 준다는 말. 요즘은 모르겠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저런 얘기가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으면 해당 아파트 단지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줘 그렇지 않은 단지보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이 임대 아파트를 한 곳에 몰아 짓는다는 정책이 나온 모양이다. 도시 내 개발제한 구역을 해제하고 그 곳에 대규모 임대 아파트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집을 구할 만큼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일이잖은가? 허나 나쁜 일일 수도 있다. 선을 긋고 분리해버리는 일이거든. 이 곳은 돈 없는 사람들 동네,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 동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자, 그렇다면 저들은 자신들을 따 시킨 누군가를 향하여 '나 그만 둘 거요'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얘기하고 자신들끼리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거다. 헬보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저들은 자기 한 몸 가누기도 벅찰 것이기 때문이다. 공존이 잊혀진 공간, 그 곳엔 탐욕만 있을 뿐 희망조차 함께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원제... Hellboy II : the Golden Army(2008년)
감독... 길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만(헬보이), 셀마 블레어(리즈), 더그 존스(에이브), 루크 고스(누아다), 제임스 도드(요한 크라우스), 애너 월턴(누알라), 제프리 탬버(매닝 국장), 존 허트, 브라이언 스틸(윙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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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10/07 09:50 | 영화...또다른 현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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