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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30일, 어둠 속으로

 
토요일 늦은 오후. 날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아파트 단지를 나서면서 저만치 어딘가 지나가던 고양이 한 마리를 본 거 같기도 하다. 건널목 앞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불현듯 오싹함에 몸을 떨었던 듯도 하다. 그냥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죽음이란 것도 저럴까. 죽음이란 도착지만 확실할 뿐 그 외엔 모든 게 그런 듯 아닌 듯. 그 날, 많은 게 애매했던 토요일, 난 죽음을 떠올렸다. 자살 같은 걸 떠올렸단 얘기가 아니다. 말 그대로 죽음에 사로잡혔을 뿐이다. 삶의 끝, 존재의 끝, 그리고 모든 관계의 끝, 죽음. 그게 나를 떨리게 했다.

언제 지하철을 탔던가? 지하철은 어느새 죽음 같은 어둠을 빠져나와 지상을 달리는 중이다. 땅 밑이 아닌 위였지만 밝지는 않다. 낮의 밝음이 밤의 어둠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삶이 죽음에 삼켜지는 것도 저런 식이겠지. 하지만 삶을 위협하는 건 죽음이 아니다. 삶을 위협하는 건 언제나 삶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냐는 외침, 너 때문에 못 살겠다는 외침,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외침. 삶이 내지르는 모든 외침엔 삶이 선사한 고통이 담긴다. 그래서 죽음을 안식처로 여길 수도 있는 모양이다. 죽음은 삶의 모든 고통을 끝내 줄 테니 말이다.

드르륵.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격해진 마음의 소리가 핸드폰 때문에 더욱 요동친 탓이다. 헝클어진 마음의 소리가 MP3P의 음악과 마구 뒤엉킨 탓이다. 이어폰을 빼고 걷는다. 내가 발을 디딘 이 세상은 이미 밤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곳의 밤은 나를 밀어낸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내가 이 곳의 밤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고 하는 게 옳겠구나. 음악까지 꺼버렸더니 아무 위안거리도 없다. 크게 숨 한 번 쉬고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죽음이 아닌 삶의 고통 속으로. 두려움이 아닌 분노를 안고서.


2008년 9월

- 식물 하나가 죽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화분이 예전 개미 학살 때 그 화분이다. 이 화분에서만 두 번째 식물 사망. 개미의 저주가 내린 것인가?
- MP3 플레이어 구입. 음악도 잔뜩 넣을 수 있고, 동영상도 나온다(헤에^___^) 그런데 화면이 작아 동영상 보다 눈알 빠지는 줄 알았음TT
- 어머니가 이제 혼자서도 리모콘을 이용해 채널을 능숙하게 돌리신다! 그런데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간다는 게 문제. 더 큰 문제는 기아는 플레이오프 탈락. 어무이, 내년을 기약하며 리모콘 맹연습을...;
- 누가 명절 좀 죽여주면 안 될까?
- 2008년 9월의 단어 : 죽음

by 지킬 | 2008/10/01 01:32 | 달력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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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10/01 08: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10/02 09:16
저두 MP3P 마련한 기념으로 딱 영화 한 편만 볼 생각입니다. 표정 같은 것도 잘 안 보이고 무엇보다 영화 보는 느낌이 영 살아나지 않아서 말이죠.
예전 집엔 마당이 있어서 화분들도 식물들도 널따란 곳에서 잘 지냈었는데... 아무래도 아파트 베란다는 살기에 좋은 곳은 아닌 모양이에요.
10월이 가면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건가요...
Commented at 2008/10/01 10: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10/02 09:16
언제나 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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