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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생존과 삶의 차이

 
몇 가지 배경 지식만 네이버 지식인의 힘을 빌려 옮겨보겠다. 우선 머디 워터스(1983년 사망). 일렉트릭 블루스의 대표주자였던 그는 체스 레코드사를 통해 '일렉트릭 머드'라는 블루스 밴드를 만들게 되고 후일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준다. 롤링스톤즈는 음악적 영감뿐만 아니라 그룹 이름까지 따올 정도였고, 에릭 클랩튼은 자신의 음반을 그에게 헌사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퍼블릭에너미. 1980년대 후반부터 뉴욕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 힙합 그룹은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서 인종 문제를 비롯한 각종 이슈들을 정치·사회적으로 부각시키려 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FBI는 랩이 사회 안전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룬 보고서에서 한 예로 퍼블릭에너미를 들었고, 1992년 뉴스위크는 팀의 랩퍼인 척 디를 100인의 문화 엘리트에 뽑기도 했다.

영화는 머디 워터스와 척 디를 과거 체스 레코드사 사장 아들인 마셜 체스를 거멀못으로 해서 연결시킨다. 체스 레코드사는 수많은 블루스 음악인들을 배출시킨 회사이며, '일렉트릭 머드' 밴드의 요람이기도 한 곳이다. 척 디는 자신의 힙합 뿌리를 일렉트릭 머드에서 찾으려 하고, 마셜 체스는 그를 도와 그 옛날 밴드의 구성원들을 불러 모은다. 그들은 한 자리에 모여 연주를 하고 랩을 한다. 블루스와 힙합이 만났다. 현재가 과거를 찾고, 과거가 현재가 된다. 아버지는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은 아버지가 되어 다시 자식을 낳는다. 그렇게 해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구구절절 읊는 것보다 영화의 한 장면을 소개하는 게 좋을 듯하다. 시카고 거리의 야외 공연장. 두 명의 피아노 연주자들이 많은 관객들 앞에서 라이브 연주를 한다. 한 명은 피아노 블루스의 거장이고, 다른 한 명은 수십 년 전 그의 연주를 보고 블루스에 빠져든 뮤지션이다. 하지만 세월은 사람을 변화시켰다. 피아노 블루스의 대가는 나이 90을 채웠고, 그를 추앙하던 후배도 이미 중년의 지긋한 나이다. 아흔 나이의 리듬감은 감각을 그대로 유지할지 모르나 힘은 예전만 같지 않다. 파워 면에서 확연히 느껴지는 차이. 그러나 둘은 끝까지 같이 연주를 한다. 두 개의 건반에서, 그리고 나중엔 하나의 건반에서 세 개의 손이, 때론 네 개의 손이 한꺼번에 춤을 춘다. 연주가 끝나고 선배와 후배는 함께 관객 앞에 선다. 중절모를 쓴 선배는 태연한 듯, 초연한 듯 서 있지만 후배는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90년 블루스 인생에 대한 존경과 세월이 빼앗아간 그 옛날 선배의 모습이 교차되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탓이리라. 그리고 관객들은 멋진 연주를 들려준 그 둘에게 커다란 박수와 환호를 되돌려준다.

부럽다. 단절되지 않은 그들의 문화가 부럽고, 그래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낼 수 있는 환경이 부럽고, 그 노력과 의도가 부럽다. 엄청난 자본의 압력과 일상 속에서도 사람과 음악에 대한 자존심을 지켜내는 그들의 열정 또한 부럽다. 일렉트릭 머드의 구성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흥을 깨뜨리는 사람은 우리 틈에 끼어들 수 없어'라고. 돈이 되든 말든 그들에겐 자존심이 있고 흥이 있다. 그렇기에 존경과 슬픔이 뒤따른다. 그들에겐 음악이 폭 좁은 생존이 아닌 드넓은 삶이었다.

원제 : Godfathers and Sons(2003년), 'the Blues' 연작 시리즈 중 하나
감독 : 마크 레빈


꼬리말 1) 블루스와 힙합이 어디에서 연결되고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에 대한 논리적 설명은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많은 부분을 이성보단 감성에 의존한다고 해야겠다.

꼬리말 2) 우린 외세의 간섭과 급격한 서구 문물의 유입으로 거의 단절이라 해도 좋을 만큼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 미약하다. 게다가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을 하는 사람 자체도 상품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요즘 전 세계 대중문화의 흐름이다. 그 흐름에 충실히 따르면, 과거는 완벽하게 지워질 것이고 현재는 언제나 미래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어떤 이는 그걸 미래지향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미래엔 사람이 설 자린 없다. 오로지 상품만 즐비할 것이고 모든 이들이 그 상품을 동경하며 스스로 팔아넘기기 위해 아등바등하겠지. 2008년 현재, 이 땅이 지향하는 미래가 저런 것이던가?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by 지킬 | 2008/09/21 16:13 | 영화...또다른 현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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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8/09/21 21:37
이런 영화가!
ㅇ.ㅇ
꼭 봐야겠심다.

우리나라는 외국 명반보다 한국 명반 구하기가 더 어렵죠. 한 번 없어지면 어디서도 구할 길이 없으니.
ㅜ ㅜ
Commented by 지킬 at 2008/09/22 10:04
TV 시리즈로 제작되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이거 말고도 다섯 편 정도 더 있을 겁니다. 다들 쟁쟁한 감독들이죠.
SG워너비가 1집인가 2집인가 다시 내는 거 보고 대충 그럴 거라 생각은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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