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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흔들기

 
잠을 자고도 피곤을 떨쳐내지 못한 출근 시간. 자꾸 눈을 감고 싶은 심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서너 층 아래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리자 들어오는 사람들은 30대 아빠와 유모차 한 대. 유모차는 방향을 뒤로 한 채 들어와서 그 안에 누가 있는지 처음에는 볼 수 없었다. 아이가 타고 있나 싶어서 목을 쭉 빼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나와 비슷한 자세, 심정으로 밖을 바라보는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이 역시 목을 쭉 빼고 뒤를 돌아보고 있었고 아마도 내 시선에 담긴 느낌과 똑같은 느낌을 자기 시선에 담고 있었을 것이다. 호기심. 눈이 마주친 나는 순간 놀라 '에'하는 표정을 지었고(아마 멍청한 표정이었으리라...;), 아이는 그런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아이는 혼자 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이인 듯했다. 처음 시작은 '아빠, 할무이, 언니...' 들의 호칭이었다. 그리고선 옹알옹알. 아이가 혼잣말하는 거라 여기며 그 소리를 그냥 듣고 있었다. 옹알옹알 하면서 잠깐씩 나를 쳐다보기도 하다 다시 앞을 보고. 앞을 보다 또 나를 쳐다보고. 엘리베이터에서 '땡' 소리가 들렸다. 곧 멈춘다는 신호였다. 그 소리가 나자마자 아이는 나를 휙 돌아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흔든다기 보단 '반짝 반짝 작은 별~'하는 노래를 부를 때 하던 율동처럼 한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손을 돌렸다. 이제 내릴 터이니 그만 바이 바이 하자는 의미. 그 때 알아차렸다. 처음 아이가 불렀던 호칭은 자기가 아는 호칭을 총동원해서 처음 보는 나를 불렀던 거고, 그 동안 옹알옹알 했던 건 나름 대화를 시도했던 거란 걸. 아이의 작별 인사에 나도, 아이 아빠도 그만 픽 웃고 말았다. 나도 손을 흔들어줬다. '그래, 안녕~' 아이가 헤 웃었고 나도 웃었다. 붙임성 좋은 아이가 기분 좋은 인사를 해 준 덕에 엘리베이터를 나서면서 내 피로는 싹 날아갔다. 불현듯 만나는 유쾌한 인사는 참 묘한 힘이 있다. 물론 당연히 가면 같은 인사여선 안 되겠고.

난 붙임성도 좋지 않고 '지킬'이란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래도 손 한 번 흔들어본다. 살살(소심하게 손 흔드는 소리--;)

by 지킬 | 2008/08/28 12:12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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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8/28 13: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08/29 23:52
원래 아이들이란 귀엽잖아요^^
Commented by sesism at 2008/08/28 14:04
저도 손 흔들래요! 전 살살 말고 휙휙휙 ;;;

아기 귀엽네요 :)
Commented by 지킬 at 2008/08/29 23:53
대범하신 분은 크게 흔들어도 나쁠 거 없죠^^;
눈이 동그랗게 커다란, 아주 인상적인 아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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