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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 데굴데굴 87

 
1. 휴가 첫날(지킬 버전)

주말 포함 4일 동안의 휴가 첫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귀에 이어폰 꽂고, 가방에는 보통 때 넣고 다니던 칫솔, 치약, 핸드크림 내팽개친 후 책 한 권만 넣는다. 가볍구나, 랄라. 하나 둘, 하나 둘. 짧은 다리로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전 내내 돌아다녔다. 얼마나 가벼웠던지 그만 남산 꼭대기까지 갔다는 거 아닌가. 패스트푸드 점에서 햄버거 세트로 가볍게 점심 해결하고서 근처 극장으로 향하는데 길거리 애완동물 가게에 강아지들이 잔뜩 잠들어있다. 오오, 귀여버라@@ 자는 자세도 가지각색이다. 다른 녀석 몸 밑에 얼굴 박고 자는 녀석, 네 발 쭉 펴고 자는 녀석, 다른 녀석 밑에 깔고 자는 녀석. 가게들이 서너 개 연이어져 있어서 그 앞을 지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귀여운 것들. 영화 표를 끊고서 시간이 남은 탓에 극장 앞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친다. 내일도, 모레도 시간이 있다는 게 이렇게 사람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항상 쫓기듯 영화 보고 쫓기듯 집에 들어와서 다음 날 준비하곤 했었는데. '이 참에 확 다 그만 두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데만 집중해버려?'라는 충동. 휴가 내내 이 충동에 시달리겠구나.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30분이 1시간처럼만 지나가다오. 그럼 4일이 아니라 8일을 쉬는 거잖아.

2. 둘째, 셋째 날(투덜이 버전)

여행 싫어! 떼로 몰려다니는 거 싫어! 차라리 조용한 절간에다 날 버려달라! 바닷가 싫어!

3. 휴가 마지막 날(초딩 일기 버전)

또 아침 일찍 일어났다. 늘어지게 늦잠 자겠다던 계획은 단 하루도 실천 못해봤다. 아마 내일부터 늦잠 잘 거 같다--; 어머니와 함께 서울타워 구경했다. 케이블카도 타 보고, 전망대에 있는 한식집에서 점심도 먹었다. 비... 비싸다. 자릿값이려니 생각하며 그냥 먹었다. 창밖으로 한강이며 건물들이 다 보였다. '우리 집도 저기 어디쯤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신기하게도 전망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이 온통 시커멓다. 시커먼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 보신 어머니는 타자마자 바로 문 맞은편 벽을 뚫고 나가시려 한다. 한 말씀. '이거 어떻게 열어?' 나도 한 말씀. '어무이, 거기 벽인디...' 전망대 한 번 쭉 훑고서 다시 시커먼 엘리베이터 타고 밑으로 내려왔다. 어머니가 집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타워를 보면서 항상 옛날 기억을 더듬곤 하셨는데... 이젠 가까운 기억 하나 만들어드렸으니 그리 멀리 가지 않으셔도 될 거 같다. 참 보람찬 하루였다.

by 지킬 | 2008/08/10 16:34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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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8/12 09: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08/14 11:16
늦잠을 터득 못한 게 가장 아쉬워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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