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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우리들'

 
글을 쓰다보면 망설여질 때가 있다. 주어나 목적어를 '사람들'로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들'로 해야 할까? 아무 것도 아닌 거 같지만 때론 읽는 이에 따라 문장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사람들'이라고 써 놓으면 3인칭에 가까운 막연한 호칭이기 때문에 일종의 도피처가 생기게 된다. '나는 저기 포함 안 돼'라는 심리적 안도감 같은 거. 어찌 보면 꽤나 비겁한 심리지만 그 심리를 잘만 이용하면 아무리 격한 글도 살짝 옆으로 비켜나갈 수도 있다. 단점도 있다. '사람들'이라 칭하면서 글을 쓰면 글쓴이는 무리로부터 동떨어져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혼자 독야청정 소나무 흉내를 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객관성이 갖게 되는 함정이랄까. 이렇게 되면 '지는 얼마나 잘났기에'라는 빈정거림과 반발을 사기에 딱 좋게 되겠지.

반대로 '우리들'이라고 적게 되면 글쓴이와 읽는 이, 그리고 비판의 대상까지 모두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여기엔 퇴로가 없다. 해당 문장의 손가락질 하나하나가 읽는 이 한 명 한 명을 꼼꼼하게 가리키는 것이다. 이 경우 장점이라 한다면 글쓴이와 읽는 이가 동일선상에 놓이게 되어 우열의 차이가 없어진다는 거고, 단점이라 한다면 빼도 막을 수 없는 막다른 길이기에 글에 대한 반감과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난 가끔 '당신'이란 표현을 사용할 때 빼면 주로 '사람들'이란 단어를 선택한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들'이란 단어를 쓸 때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선택할 경우 대부분 '사람들'을 쓰게 된다. 그건 어쩌면 '사람들'을 쓰게 될 때 얻게 되는 장점에 나도 모르게 매달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 안에도 문제를 회피하고 싶은 비겁함 같은 것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는 건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동안은 그 비겁함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거라는 점 정도.

그런데 위에 적어놓은 것들이 모든 문장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살핌과 고민 대신 모면과 허위로 채워진 문장이라면 '사람들'이든 '우리들'이든 한낱 개소리일 뿐이다. 그 예를 알고 싶다면 가끔 TV에서 나오는 정치인들의 담화를 보라. 내용에 놀랄지언정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by 지킬 | 2008/05/22 12:13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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