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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년 짜리 1회용품 인생

 
얼마 전 정부가 모든 건물의 실내 온도를 계절별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취지의 방안을 발표했다.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절약을 강제로라도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셈이다. 그러나 그 의지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공공건물 뿐 아니라 일반 가정까지 포함된 데다가 그 핵심이 하필이면 과태료였기 때문이다. 분명 강제와 처벌이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쉬운 방법인 동시에 가장 효과가 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 그 방법은 극단의 저항마저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가끔은 아주 엉뚱한 상황을 몰고 오기도 하는데 비닐 봉투의 예를 한 번 보자. 그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정부는 장당 20원에서 10원까지 일종의 사용료를 소비자들에게 부과했고, 그 돈을 받지 않고 무상 제공한 업체에 몇 십만 원씩 과태료를 물게끔 했다. 썩지 않고 환경에 부담이 되는 비닐 봉투 사용량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제대로 되었을까? 일정 부분 비닐 사용량이 줄기는 했을 것이다. 허나 그 과정에서 묘한 상황이 형성됐다. 소비자들은 때로 비닐 봉투를 달라 조르고 그러다 무상으로 제공받게 되면 업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한다. 뭐가? 환경오염에 조금이라도 일조를 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인가? 내 아이들은 썩지 않는 쓰레기 더미 위에서 물 부족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며 살든 말든 지금 당장 물건 두어 개 편하게 담아갈 수 있어서 그토록 고마운가? 인식 전환 없이 강제와 처벌만 부여잡은 끝에 우리가 얻은 건 딱 저 모습이다. 아이들한테 백배 사죄해도 모자를 판에 우리 어른들은 서로 좋다고 '고맙습니당~', '아휴, 별 말씀을요' 이러고 있다.

난 환경론자가 아니다. 환경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아마 잘못 알고 있는 사실도 많을 거다. 그런데도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이들을 좋아해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남고 싶어서다.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잘 사는 방법을 가르치려 한다. 돈을 잘 버는 게 곧 생존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틀렸다 말하진 못하겠다. 그러나 수십 년 후 이 지구가 그것을 허락하려 들지 않으면 어쩔 텐가? 하긴 그 때도 나름대로 돈 벌 방법은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가 환경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그 방향이지 않는가. 그래서 정부가 이끄는 위로부터 변화는 신용할 수가 없다. 환경은 돈벌이가 아닌 일상이어야 한다. 사람과 함께 숨쉬고 사람과 함께 존재하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사람이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대상으로 환경이 인식되어선 곤란하다. 정부의 방식에 한계가 있다면 유일한 대안은 아래로부터 인식 변화가 이끌어져 나오는 길 뿐이다. 영웅 같은 것도, 지도자도 필요 없다.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라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그 곳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관련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충동구매를 줄여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쓰지 않는 컴퓨터의 전원을 꺼 놓는 것도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반문명론자가 될 필요도 없고 그저 현명한 소비자로 충분하다. 그렇게 조금씩 실천하면 보다 나은 미래가 우리 아이들에게, 몇 년 후 우리에게 선사되지 않을까? 이제 현재의 나만 생각하는 7~80년 짜리 1회용 인생은 그만 둘 때도 됐다.

꼬리말1) 에너지관리공단, 녹색연합, 국립산림과학원, 환경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한 달 동안 우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주는 계산기가 있다. 이는 한 개인이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내 평균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t이라고 하니 한 번쯤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 참고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고, 연간 3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개인이 그 이산화탄소를 상쇄시키기 위해선 평생 94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단다.

꼬리말) 공익광고 같은 포스팅은 이걸로 끝. 다음부턴 다시 일상에서 뒹굴 생각.

by 지킬 | 2008/05/12 11:30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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