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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삶에 매몰되다

 
세상의 대도시는 어디나, 언제나 비슷한 이미지일 거예요. 분주하고 어수선하고 복잡하고, 그리고... 어둡죠. 도시는 마치 어둠이 고인 웅덩이 같아요. 사람 사는 곳을 따라 흐르던 어둠이 도시에 와서 고이는 거죠. 고이다 고이다 빠져나가지 못하면 서서히 썩은 내가 나기 시작하는 거구요. 누군가는 어둠을 일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건 광신도들이나 귀를 기울일 법한 얘기에 불과해요. 사람 사는 곳에 어둠이 없을 수는 없어요. 흐르는 물이 말라 맨 땅이 드러나면 모든 생명체가 갈증으로 죽고 마는 것처럼 어둠을 말끔히 증발시킨다면 사람은 존재할 수 없는 법이죠.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둠을 말소시키는 게 아니라 고인 어둠을 흩뜨려 썩은 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거죠. 그래서 일차적으로 양심이, 다음으론 규칙이 작용을 해요. 이것들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대도시에 어둠이 고여 썩는 냄새를 풀풀 풍길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지가 못하다는 게 문제에요. 양심은 개인의 이익과 안녕을 위해 눈을 돌리고, 방향키를 잡아줄 적절한 키잡이 없이는 규칙도 무용지물이거든요. 처음엔 썩은 냄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코를 잡아 쥐고 낯을 찌푸리죠. 그런데 그것도 잠깐, 모두가 냄새에 무감각해지고 말아요. 그렇게 되면 모두가 끔찍한 냄새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게 되요. 결국 지금의 대도시가 완성이 되는 거죠.

아니라구요? 동의할 수 없다 이거군요. 뭐, 상관없어요. 처음부터 누군가의 동의 따위 얻을 생각 없었으니까요. 난 내 얘기만 할 테니 당신은 그냥 듣기만 해요. 그게 싫으면 그냥 제 갈 길 가든지. 그게 바로 이 도시의 방식이니 당신이 그냥 떠난다 해도 괜찮아요. 허나 이거 하나만은 알아뒀으면 싶군요.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표현만 앞세우는 도시의 방식은 조그만 우리 인간들이 좇기엔 너무 버겁다는 걸 말이에요. 도시는 잃을 게 없어요. 잃어봤자 고작 그 구성원 몇 정도. 그나마 금방 보충되겠죠. 하지만 도시의 방식을 따르는 사람들은 많은 걸 잃게 되죠. 목적, 믿음, 진심, 사랑, 관계, 어쩌면 목숨까지도. 더욱 끔찍한 건 그 과정이에요.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면서도 스스로 외로움의 굴레 속에 빠져들고,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그 사랑을 자기 손으로 밀어내죠. 그 뿐인가요, 어디. 자유로워야 할 것을 소유하기 위해 억지로 옭아매어두다가 그 때문에 모든 걸 잃게 되는 경우도 허다해요. 모순 속에서 처절하게 뒹굴다가, 그러다가 결과에 다다르고 말죠. 아까 고인 어둠을 흩뜨려 썩은 내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던가요? 아니, 불가능한 일이에요. 자신만 바라볼 줄 아는 우리들이 모순과 함께 몸부림친 덕에 썩은 내는 더욱 진동하면 했지 가라앉지는 않을 테니까요.

내 충고 하나 할까요? 응? 그럴 자격이나 있냐구요? 음... 모르겠어요. 솔직히 아는 게 뭔들 있겠어요? 난 아무 것도 몰라요.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죠. 난 이발사 스위니일 수도, 러벳 부인일 수도, 터핀 판사일 수도 있어요. 토비일 수도 있죠. 물론 당연히 바로 당신일 수도 있겠구요. 웃기지 않아요? 다른 사람 말엔 귀를 닫고 오로지 나만 바라봤으면서도 이제껏 나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는 게? 어쨌든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아무 것도 아닌 한 마디 하죠. 도시가 됐든 뭐가 됐든, 사람을 지배하는 그 무엇이 선사하는 삶에 매몰되지 말아요. 그래야만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다른 삶들을 살필 수 있게 될 거예요.


원제... Sweeney Todd :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2007년)
감독... 팀 버튼
원작... Stephen Sondheim & Hugh Wheeler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 Musical
출연... 조니 뎁(스위니 토드), 헬레나 본햄 카터(러벳 부인), 알란 릭만(터핀 판사), 티모시 스폴(비들), 제이미 캠벨 바우어(안소니), 로라 미셸 켈리(루시), 에드 샌더스(토비), 제인 와이즈너(조안나), 사차 바론 코헨(피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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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킬 | 2008/03/30 02:27 | 영화...또다른 현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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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暗雲姬 at 2008/03/30 11:12
영화 보는 내내, 내가 갔던 어떤 곳, 내 마음 속에 품었던 어떤 풍경...징그럽게 익숙했던 느낌이 그런 까닭이었을 수도 있군요.
Commented by 지킬 at 2008/03/31 10:11
가끔 '징그럽다'라는 단어가 그 의미 이상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징그럽게 익숙하다는 의미가 어쩐지 저에게도 생소한 게 아닌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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