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09일
봄이 구르는 소리
계절이 오고 가는 데 사실 그리 민감한 편은 아니다. 겨울이면 겨울인가 보구나, 봄이면 봄인가보구나. 그렇게 무덤덤하게 된 데는 내가 도시에 살고 도시를 벗어날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다). 도시는 많은 것들을 애매하게 만든다. 베란다의 봄꽃들은 1월부터 꽃을 피우고, 때 이른 모기들은 2월 초부터 날아다닌다. 하지만 감각을 상실한 그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건 알았는지 온전한 모양새를 갖추지 못했다. 화분 가득 피어야 할 꽃은 마치 간만 봤다는 듯이 찔끔 찔끔 피어나고, 선잠 깬 모기들은 왱왱거리기만 할 뿐 피를 빨 여력조차 없다. 봄인가 싶으면 겨울이고, 겨울인가 싶으면 봄이고.
그러다 문득 ‘아, 정말 봄이구나’ 깨달은 것은 요 며칠 전. 시장 길목의 검둥개가 종이 상자 위에 퍼질러 앉아 꾸벅 꾸벅 조는 모습을 보면서부터였다. 주변 공기는 그래도 살짝 서늘해서 나로 하여금 함부로 봄 내음을 풍길 용기를 품지 못하게 했는데 검둥개는 정오의 태양빛 속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때 이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용맹한 검둥개가 눈꺼풀과 싸우는 소리, 공원에 나들이 나온 고양이들이 서둘러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 문주란이 봄을 맞이해 머리를 틀어 올리는 소리. 감각을 상실한 도시 속에서도 무엇인가는 그 감각을 꼭 쥐고 놓지 않았던 것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 정신이 기분 좋게 아득해질 즈음, 갑자기 ‘우앙’ 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니 꼬맹이 하나가 봄기운에라도 취했는지 달려오다가 길바닥에 넘어진 모양이다. 애 엄마의 걱정 섞인 꾸지람이 이어지지만 봄날의 기운은 곧 걱정마저도 날려버린다. 다행히 아스팔트를 피해 구석에 쌓인 흙더미에 얼굴을 파묻었던 터라 꼬맹이의 얼굴은 꼭 검은 연탄 칠을 해 놓은 듯 보인다. 다친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한 엄마도,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봄에 취한 아이의 주정을 목격한 사람들도 얼굴에 웃음을 드리운다. 할머니 한 분께서 옛 생각이 나셨는지 한 말씀 보태신다. “옛날엔 애들이 다 저러면서 컸어.” 한 아이의 눈물을 머금어 여러 어른들이 웃음꽃을 피워냈으니 미안할 법도 하건만 자꾸만 웃음이 나오려는 건 나 역시 봄에 취해서겠지. 봄이 온다. 검둥개의 눈에서, 집에만 꽁꽁 숨어있다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데굴데굴 푸근한 봄이 이 곳 저 곳에서 굴러다닌다.
그러다 문득 ‘아, 정말 봄이구나’ 깨달은 것은 요 며칠 전. 시장 길목의 검둥개가 종이 상자 위에 퍼질러 앉아 꾸벅 꾸벅 조는 모습을 보면서부터였다. 주변 공기는 그래도 살짝 서늘해서 나로 하여금 함부로 봄 내음을 풍길 용기를 품지 못하게 했는데 검둥개는 정오의 태양빛 속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때 이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용맹한 검둥개가 눈꺼풀과 싸우는 소리, 공원에 나들이 나온 고양이들이 서둘러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 문주란이 봄을 맞이해 머리를 틀어 올리는 소리. 감각을 상실한 도시 속에서도 무엇인가는 그 감각을 꼭 쥐고 놓지 않았던 것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 정신이 기분 좋게 아득해질 즈음, 갑자기 ‘우앙’ 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니 꼬맹이 하나가 봄기운에라도 취했는지 달려오다가 길바닥에 넘어진 모양이다. 애 엄마의 걱정 섞인 꾸지람이 이어지지만 봄날의 기운은 곧 걱정마저도 날려버린다. 다행히 아스팔트를 피해 구석에 쌓인 흙더미에 얼굴을 파묻었던 터라 꼬맹이의 얼굴은 꼭 검은 연탄 칠을 해 놓은 듯 보인다. 다친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한 엄마도,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봄에 취한 아이의 주정을 목격한 사람들도 얼굴에 웃음을 드리운다. 할머니 한 분께서 옛 생각이 나셨는지 한 말씀 보태신다. “옛날엔 애들이 다 저러면서 컸어.” 한 아이의 눈물을 머금어 여러 어른들이 웃음꽃을 피워냈으니 미안할 법도 하건만 자꾸만 웃음이 나오려는 건 나 역시 봄에 취해서겠지. 봄이 온다. 검둥개의 눈에서, 집에만 꽁꽁 숨어있다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데굴데굴 푸근한 봄이 이 곳 저 곳에서 굴러다닌다.
# by | 2008/03/09 12:47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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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은 그곳의 봄과 다를 바 없는데 왜 가을이라 느끼는 건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전 봄인데 몸이 으실으실 춥습니다. 목도 간질간질. 퇴근하면 오늘은 푹 자야겠어요.
서늘함 뒤에 찾아오는 따스함과 후텁지근함 뒤에 찾아오는 시원함, 그 차이 때문일까요?
shuai/ 일교차가 큰 데다가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 온도도 차이가 큰 듯해요. 어제만 해도 저는 춥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는데 함께 있던 녀석은 추위를 타더라구요. 몸 관리 잘 하세요. 요즘은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분위기 같습니다.
전 식물들을 잘 구별 못하는데 다행히 적어놓으신 것 중에는 능소화만 빼고 구분 가능한 것들만 적어놓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