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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 데굴데굴 68

 
1. 아침

새벽 1시에 요 깔고 누운 후 아침 7시 기상. 졸린 눈 비비면서 신문과 우유, 요구르트를 들여놓기 위해 현관문을 연다. 온 몸에 찬 기운이 덮쳐오면 내 몸을 틀어쥐고 있던 졸음이 움찔 한 걸음 뒤로 밀려나는 게 느껴진다. 안으로 들어와서 밥을 하려고 쌀을 바가지에 담는다. 약간 따뜻한 물을 받아 오른손으로 쌀 톨을 북북 문지른다. 그렇게 서너 번 쌀 톨끼리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소리를 듣다보면 어느 새 졸음은 그 기세가 확 수그러든다. 아침 일찍 졸음과 한판 승부에서 가뿐히 이겨내면 오전이 길다. 욕심 많은 아침잠이 부여잡고 내놓지 않았던 아침 시간을 내가 빼앗아와서다. 용맹한 장군 지킬. 나를 따르라!

2. 점심

아침 시간이 길어진 대신 점심 때 출근하는 시간은 유난히 짧아졌다. 예전 같으면 매일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갔는데 요 며칠 동안은 반쯤은 눈을 감은 채 간다. 그러다보니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릴 때가 있다. 쌀 톨과 함께 승전의 북소리(북북)를 울리며 화려한 아침 시간을 열었던 나는 오후엔 공간 이동을 한다. 눈만 감았다 뜨면 내려야 할 곳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나누나. 단, 이 능력은 앉아서만 가능하다. 앉은뱅이 초능력자 지킬. 우우웅... 얏!

3. 저녁

사람들과 깔깔거리고, 사람들과 투덜대고, 사람들과 일을 한다. 딱히 변한 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고도의 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몸은 항상 일터에 마음은 종종 다른 곳에. 유체 이탈. 넋은 다른 곳을 떠돌지라도 몸은 용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몸에 비해 몸을 이탈한 마음은 크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 역시 몸이 있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아직은 마음만으론 무얼 어쩌지 못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마음은 내가 떠나온 곳을 향해 훨훨 떠가려만 한다. 유체이탈자 지킬. 둥실둥실.

by 지킬 | 2008/02/19 10:19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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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2/19 10: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02/20 09:50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했었는데 요즘은 매일 밥을 하고 있어요. 일하는 시간이 저녁 시간대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는데 그게 왠만해선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저도 만약 아침 9시까지 출근하라고 하면 한 주에 세 번 정도는 비공개님 생활 패턴처럼 될 거 같은데요.
제 마음이야 마음이 갈 수밖에 없는 곳으로^^
Commented by shuai at 2008/02/20 10:09
공감합니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어지죠. 그런데 토요일이나 쉬는 날 일찍 일어나면 보상을 받으려는지 쏟아지는 낮잠을 피할 길이 없어 하루가 도로 짧아질 때도 있습니다. ㅠ.
Commented by 지킬 at 2008/02/20 10:57
저는 공간이동을 하지만 shuai님은 시간이동을 하시는군요. 그것도 과거로는 갈 수 없고 미래로만 갈 수 있는^^
Commented at 2008/02/20 11: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02/21 10:05
연인?! 그런 게 없으니 제 마음이 여자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군요TT
Commented at 2008/02/21 11: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02/22 21:05
뭐, 안될 것까지야... 웃는 거 좋죠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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