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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 데굴데굴 67

 
1. 감정

다른 사람의 행·불행에서 비롯된 나의 감정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 믿어버리면 곤란하다. 분명 내가 있어서 가능한 나의 감정이긴 하나 그 감정의 중심에 나를 두어버리면 때론 정말 추하다. 과유불급.

2. 수술, 시술

설날 연휴 시작 첫 날부터 아주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사실 정신이 없었다는 쪽보다 지나치게 한 가지 문제에만 매달렸다고 보는 쪽이 좋겠지. 어쨌든 병원에서 MRI와 골밀도 검사를 하고 나서 일단 한 가지 결론은 얻었다. 요추 압박 골절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어머니 수술 날짜가 잡혔다. 부분 마취인데다 몸에 칼을 대는 것도 아니고 수술만 고려한다면 사흘쯤 입원하면 된다고 하니 수술이라 하기에도 좀 그렇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게다가 어머니는 입원을 정말이지 병적으로 싫어하신다. 병원 의자에 같이 앉아있으면서 조금씩 떨리는 손가락을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면서 계속 하시는 말씀이 '입원하면 어쩔거나, 수술이라도 하라면 어쩔거나' 였다. 의사 선생님께선 환자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수술 날까지 입원할 것을 권유했지만 역시나 어머니는 싫다 하시더라. 내가 옆에서 고집을 피우면 입원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꾸 요리 만지작 저리 만지작 하던 주름진 손가락이 떠올라 차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앞으로 2주 정도 집에서 보내신 후 수술 하루 전쯤 입원하는 것으로 했다. 큰 병이 아니어서, 큰 수술이 아니어서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앞으로 2주간 마음 조마조마해 어찌 견딜지 모르겠다. 근데 엉뚱한 걱정이긴 하지만 수술 받을 때 엎드려야 한다는데 어무이 뱃살 때문에 엎드릴 수 있을지...

3. 숭례문

학교 다닐 때 버스 타고 다니면 항상 옆을 지나치곤 했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서울시에서 또 다른 문화재 개방 계획을 진행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개방의 취지가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할 건 다 하고 개방해야 하는 게 공무원들의, 담당자들의, 추진자들의 도리다. 물론 그들 입장에선 '관람하는 사람들도 도리를 다 해야 한다'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타당한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으면서 대놓고 할 주장은 아니다. 게다가 '작정하고 실행하는 사람을 막기는 힘들다'라는 뻔한 소리를 해서도 안 된다. 그런 소리 할 거면 나 같은 수많은 네티즌과 섞여 블로그질이나 해라.

by 지킬 | 2008/02/13 10:05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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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2/13 13:06
어머니 수술이 잘 끝났으면 좋겠네요. 아무리 간단한거라도 꽤나 성가시답니다. ^^
Commented by sesism at 2008/02/13 15:19
아마 수술 자체에도 겁이 나지만 자식에게 짐지우는 느낌이라 싫으신가봐요. 저희 엄마는 이제 50 조금 넘은 나이에도 벌써부터 저한테 짐 될 걱정 하시더라구요. 이제껏 낳아서 길러준 엄마한테 그런 소리 들으면 막 화나던데. 여하튼 수술 잘 받으시고 빨리 회복하셔서 아무 불편없이 지내셨음 좋겠어요.

마지막은 압권인데요. 지킬님께도 이런 면이 ㅎㅎ
Commented by 暗雲姬 at 2008/02/13 16:07
수술 쉽게 끝났으면 좋겠네요.
노인들은 별 것 아닌 것에도 쉬이 적응하지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마음 편히 가지시도록 세심한 배려 하세요.
Commented by 사은 at 2008/02/13 19:55
1번에 매우 공감했어요. 감정이입이란, 참 고맙기도 하지만 적당해야 하는 것 같은.
어머님 수술 잘 되시면 좋겠구요. 많이 걱정되실텐데, 아무쪼록요.
숭례문 이야기는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네요. 에구.
Commented at 2008/02/13 23: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8/02/14 10:41
ArborDay/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게 많아요. 누워있는 조건으로 집에 계시기로 한 건데 자꾸 움직이려 드시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sesism/ 제가 고생한다고 항상 말씀하세요. 제발 가만 계시라고 해도 자꾸 일을 하시려 하구요. 그래서 오늘부터 '계속 그러시면 내일 병원에 입원할 거예요'라며 협박 중입니다--;
마지막? 어무이 뱃살? 아님 블로그질? ^^

暗雲姬/ 저희 어머닌 없는 걱정도 만들어서 하는 분이라서... 마음이라도 편하라고 집에 계시도록 한 건데 조마조마하네요.

사은/ 감정의 조절은 어떤 상황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함께 기뻐하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지만 함께 힘들어해야 할 경우 특히나 그렇죠.
수술은 잘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비공개/ 수술도 하기 전에 이미 회복을 빌어주셨으니 꼭 벌떡 일어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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