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9일
두 아이
설날 전후라 그런가? 유난히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일행이 많이 보인다. 다른 날 같으면 연인이나 직장인들뿐이었을 강남 거리에서도 아이들 손잡고 나온 엄마·아빠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매운 닭꼬치를 파는 포장마차 앞. 사람들로 꽉 들어찬 한 귀퉁이에서 여자 하나가 주문한 닭꼬치를 기다린다. 그리고 약간 뒤쪽에서 조그만 아이 하나가 그 여자 손가락 하나를 잡고 서 있다. 하지만 아이는 닭꼬치에 관심이 없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엄마에게조차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한 손엔 커다란 귤 조각 하나가 들려있고, 아이는 이걸 어떻게 할까 사뭇 고민 중이다. 귤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던 나는 저 때 아이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콱 깨물자니 신 맛이 순간 쫙 퍼질 것이고 더구나 한 입에 넣어버리면 너무나 아깝다. 그래서 쪽쪽 빨면서 아주 조금씩 단물을 빨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때 입에 넣고 씹어 먹곤 했더랬다. 아니나 다를까. 손에 쥔 귤을 요리조리 살피던 아이도 귤을 쪽쪽 빨기 시작한다. 맛이 달았던지 잡고 있던 엄마 손가락도 놓더니 두 손으로 귤 조각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린다. 손가락이 허전해진 엄마가 아이 쪽을 힐끗 보더니 아이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아이도 엄마 한 번 쓱 보더니 다시 귤에 집중. 참 맛있게 먹는구나. 나도 한 입 주지. 할 수 있을 때 맘껏 네 일과 네 감정에 집중하렴. 때가 지나면 지금처럼 눈앞에 있는 네 일에만 집중할 수 없을 테니 말이야.
이번엔 지하철 안. 3호선 고속버스 터미널 역에서 나이 지긋한 아빠가 아이 하나를 안고 탄다. 처음엔 자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자고 있었던 게 아니라 지쳐 있었다. 아마 아빠·엄마와 함께 먼 고향집에 다녀왔겠지. 그리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멀미를 한 것이리라. 남자 아이였는데 커다란 눈에 쌍꺼풀이 짙었고 얼굴 표정은 영락없이 '나 아파요' 였다. 아빠가 안아도, 엄마가 안아도 별 반응이 없다. 의자에 앉혀놔도 그 큰 눈만 찌푸린 채 널브러진다. '네 맘대로 하세요.' 굳이 글자를 써 놓지 않아도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표지판이 있는데 지금 이 아이 같은 경우다. 세상 쓴 물 너무 일찍 들이켠 거 아닌가 몰라. 그래도 나중에 커선 지금처럼 '날 죽이셈'하고 있으면 큰일 나는데. 지금이야 그런 너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들이 피식 피식 웃고 있지만 나중에 정말 잡아먹으려 들 거거든.
설이 지나갔고, 무엇보다 저 두 아이들이 부러운 명절이었다. 아이들은 고시랑 고시랑. 나는 궁시렁 궁시렁.
이번엔 지하철 안. 3호선 고속버스 터미널 역에서 나이 지긋한 아빠가 아이 하나를 안고 탄다. 처음엔 자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자고 있었던 게 아니라 지쳐 있었다. 아마 아빠·엄마와 함께 먼 고향집에 다녀왔겠지. 그리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멀미를 한 것이리라. 남자 아이였는데 커다란 눈에 쌍꺼풀이 짙었고 얼굴 표정은 영락없이 '나 아파요' 였다. 아빠가 안아도, 엄마가 안아도 별 반응이 없다. 의자에 앉혀놔도 그 큰 눈만 찌푸린 채 널브러진다. '네 맘대로 하세요.' 굳이 글자를 써 놓지 않아도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표지판이 있는데 지금 이 아이 같은 경우다. 세상 쓴 물 너무 일찍 들이켠 거 아닌가 몰라. 그래도 나중에 커선 지금처럼 '날 죽이셈'하고 있으면 큰일 나는데. 지금이야 그런 너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들이 피식 피식 웃고 있지만 나중에 정말 잡아먹으려 들 거거든.
설이 지나갔고, 무엇보다 저 두 아이들이 부러운 명절이었다. 아이들은 고시랑 고시랑. 나는 궁시렁 궁시렁.
# by | 2008/02/09 12:23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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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휴일이 끝이 났군요.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shuai님은 가족들과 즐거운 명절 보내셨길 바랍니다. 제가 지나간 요 며칠, 그리고 앞으로도 정신이 없어서 다른 곳엔 거의 들르지 못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