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22일
훨훨
아침에 눈을 뜨고 바라본 세상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이미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했던 듯. 날은 생각처럼 춥지 않았지만 그래도 워낙 기세 좋게 내리는 눈이라 녹지 않고 차곡차곡 길을 덮었다.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뽀득. 또 뽀득. '밟지 마!'란 의미의 비명 소리쯤 되려나. 하지만 도대체 안 밟고 갈 재주가 없어 발도장을 꾹꾹 남기며 공원을 지나가는데 저만치 앞에서 개 한 마리가 부지런히 네 발을 놀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눈 오는 날에 산책을 나왔을 리는 없겠고... 아마 무슨 사정이 있어서 개까지 데리고 나왔겠지. 어쨌든 나와 개가 스쳐 지나갈 무렵, 갑자기 개가 쭉 미끄러졌다. 발이 네 개라 넘어지진 않았지만 중심을 잃고 허둥대는 꼴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웃는 게 나 뿐만은 아니었다. 내 뒤편에서 아이 하나가 '헤헤헤' 하는 귀여운 웃음소리를 터뜨린 것이다. 슬쩍 돌아봤더니 모자를 뒤집어쓰고 노란 장화, 노란 장갑, 하얀 마스크로 중무장한 아이 하나가 엄마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가는 중이었다. 아이는 하얀 눈을 제외하곤 달리 볼 것 없는 무미건조한 풍경 속에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개의 꼴이 반가웠던 듯하다.
"나는 두 발로도 잘 걷는데 멍멍이는 네 발로 걸으면서도 미끄러졌어."
웃음기 섞인 아이의 말. 애 엄마도 '정말 그러네'하며 웃었고, 개의 목줄을 잡고 있던 아주머니도 웃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이의 불안정한 두 발이었지만 조심조심 참을성 있게 내딛는 발걸음과 개의 안정된 네 발이었으나 서둘러 내딛는 발걸음. 참지 못하고 조심성이 없으면 누군들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는 게 많아진다. 그저 먹고 놀고 크는 게 일인 아이에겐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지만 어른이 될수록 서둘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무언가 조금이라도 알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요즘 나도 그와 비슷한 상황에 빠져있다. 몰랐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급해진다. 의식하지 못하던 것을 의식하기 때문에 심란해진다. 무조건 참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다. 허나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두고 두 손 두 발 버둥대는 것 역시 좋은 선택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선 얼마나 마음을 다스리고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느냐가 안정된 삶을 꾸려가는 관건이 되지 않겠나 싶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어야 말이지. 내가 애도 아니고. 에휴, 나오는 건 한숨뿐이구나. 주변에 떠나가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그런지 괜히 나까지 마음이 붕붕 날아다닌다.
"나는 두 발로도 잘 걷는데 멍멍이는 네 발로 걸으면서도 미끄러졌어."
웃음기 섞인 아이의 말. 애 엄마도 '정말 그러네'하며 웃었고, 개의 목줄을 잡고 있던 아주머니도 웃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이의 불안정한 두 발이었지만 조심조심 참을성 있게 내딛는 발걸음과 개의 안정된 네 발이었으나 서둘러 내딛는 발걸음. 참지 못하고 조심성이 없으면 누군들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는 게 많아진다. 그저 먹고 놀고 크는 게 일인 아이에겐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지만 어른이 될수록 서둘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무언가 조금이라도 알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요즘 나도 그와 비슷한 상황에 빠져있다. 몰랐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급해진다. 의식하지 못하던 것을 의식하기 때문에 심란해진다. 무조건 참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다. 허나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두고 두 손 두 발 버둥대는 것 역시 좋은 선택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선 얼마나 마음을 다스리고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느냐가 안정된 삶을 꾸려가는 관건이 되지 않겠나 싶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어야 말이지. 내가 애도 아니고. 에휴, 나오는 건 한숨뿐이구나. 주변에 떠나가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그런지 괜히 나까지 마음이 붕붕 날아다닌다.
# by | 2008/01/22 11:46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