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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산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지하철 의자에 앉아서 반복적으로 틀어주는 무한도전 장면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차량 간격을 잘못 조정한 건지 지하철 안에는 보기 드물게 사람이 없었다. 압구정에 와서야 사람들이 들어왔고 그 전까지만 해도 빈 자리가 쉽게 눈에 띌 정도. 어쨌든 모처럼 한가한 지하철을 즐기는데 어느 역에선가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가 들어섰다. 그리곤 내 옆 자리에 털썩. 아이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향했다. 빨간 산타 모자를 쓴 네다섯 쯤 되어 보이는 아이.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잠에 빠져 든 상태였다. 엄마는 아이를 돌려 안더니 볼을 살짝 꼬집으며 자지 말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이는 막무가내. 푹 잠에 빠진 아이를 깨운다는 건 꽤나 큰 대가를 요구한다는 건 모든 엄마들이 아는 사실일 것이다. 엄마는 한두 번 아이를 흔들어보다가 아이의 엉클어진 머리를 매만지고 불편하지 않게 아이를 끌어안는다. 엄마에겐 처음부터 아이를 억지로 깨울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지하철에서 내려 안고 가기엔 아이가 좀 큰 듯했지만 아이의 몸을 쓰다듬는 손길과 미소가 어우러진 표정엔 귀찮음 따윈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아마 엄마는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주겠고, 아빠가 사 올 케이크를 기다리면서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겠지. 아이 입장에선 하루 종일 선물과 맛있는 것에 즐겁게 시달릴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보다 더 좋아하게 될 거고. 하지만 빨간 산타 모자를 쓴 이 아이 역시 엄마 아빠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기는 중이다. 등에 선물 보따리를 매진 않았지만 아이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부모에겐 커다란 선물일 테니까.

함께 하는 것만으로 즐겁고 고마울 수 있는 존재이길 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으로만 때울 생각은 말자. 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랬다간 제대로 미움 받을 수도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by 지킬 | 2007/12/25 11:22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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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eme19 at 2007/12/25 13:02
미성년자가 아닌 이가 몸으로 때우려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죠.. 즐거운 성탄절 보내고 계시죠~?
Commented by 짜로씨 at 2007/12/25 13:52
잘 보내십시오~
Commented at 2007/12/26 10: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7/12/26 11:10
reme19/ 아마 제대로 낭패 볼 겁니다^^

짜로씨/ 그럭저럭, 몇 년 째 비슷한 크리스마를 보냅답니다^^

비공개/ 웃음과 행복은 전염된다고 하니 저도 그 순간 만큼은 행복했습니다. 비공개님도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신 듯한데 남은 한 해 잘 마무리 하세요^^
Commented by 시진이 at 2007/12/27 23:45
함께 하지도 못한 것 같아요;; (불특정다수모두에게-_-)

그래도, ^^ 아직 어머니껜 지킬님 계신 것만으로 좋으시지 않을까요~ 아, 맛있는것도 함께? ^^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Commented by 지킬 at 2007/12/28 01:50
바쁜 연말이신가요? 저희 어머니야 제가 아무 말 없이 제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좋아하시는 거 같습니다. 제가 집안 공인 돌부처로 인식된지 이미 오래된 터라...--;

시진이님도 남은 한 해 잘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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