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5일
아기 산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지하철 의자에 앉아서 반복적으로 틀어주는 무한도전 장면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차량 간격을 잘못 조정한 건지 지하철 안에는 보기 드물게 사람이 없었다. 압구정에 와서야 사람들이 들어왔고 그 전까지만 해도 빈 자리가 쉽게 눈에 띌 정도. 어쨌든 모처럼 한가한 지하철을 즐기는데 어느 역에선가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가 들어섰다. 그리곤 내 옆 자리에 털썩. 아이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향했다. 빨간 산타 모자를 쓴 네다섯 쯤 되어 보이는 아이.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잠에 빠져 든 상태였다. 엄마는 아이를 돌려 안더니 볼을 살짝 꼬집으며 자지 말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이는 막무가내. 푹 잠에 빠진 아이를 깨운다는 건 꽤나 큰 대가를 요구한다는 건 모든 엄마들이 아는 사실일 것이다. 엄마는 한두 번 아이를 흔들어보다가 아이의 엉클어진 머리를 매만지고 불편하지 않게 아이를 끌어안는다. 엄마에겐 처음부터 아이를 억지로 깨울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지하철에서 내려 안고 가기엔 아이가 좀 큰 듯했지만 아이의 몸을 쓰다듬는 손길과 미소가 어우러진 표정엔 귀찮음 따윈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아마 엄마는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주겠고, 아빠가 사 올 케이크를 기다리면서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겠지. 아이 입장에선 하루 종일 선물과 맛있는 것에 즐겁게 시달릴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보다 더 좋아하게 될 거고. 하지만 빨간 산타 모자를 쓴 이 아이 역시 엄마 아빠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기는 중이다. 등에 선물 보따리를 매진 않았지만 아이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부모에겐 커다란 선물일 테니까.
함께 하는 것만으로 즐겁고 고마울 수 있는 존재이길 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으로만 때울 생각은 말자. 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랬다간 제대로 미움 받을 수도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함께 하는 것만으로 즐겁고 고마울 수 있는 존재이길 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으로만 때울 생각은 말자. 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랬다간 제대로 미움 받을 수도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 by | 2007/12/25 11:22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짜로씨/ 그럭저럭, 몇 년 째 비슷한 크리스마를 보냅답니다^^
비공개/ 웃음과 행복은 전염된다고 하니 저도 그 순간 만큼은 행복했습니다. 비공개님도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신 듯한데 남은 한 해 잘 마무리 하세요^^
그래도, ^^ 아직 어머니껜 지킬님 계신 것만으로 좋으시지 않을까요~ 아, 맛있는것도 함께? ^^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시진이님도 남은 한 해 잘 보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