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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사라진 열흘

 
현 양력(그레고리력)에는 1582년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레고리력을 만들면서 맞지 않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열흘을 없애 버렸다는 얘기. 우리나라의 경우 고종황제의 조칙으로 1895년 음력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제정했다.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충돌은 아주 길고 많은 여운을 남긴다. 1년에 두 번이나 있던 설날은 몇 년 전부터 음력 설날 하나로 아우러졌고 추석·제사는 당연히 음력으로, 꽤 많은 어르신들은 태어난 날을 지금도 음력으로 기념한다. 양력이 도입된 지 벌써 100년 하고도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음력은 우리 생활 속에서 숨을 쉬고 있고, 그래서 때론 두 날짜의 충돌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곤 한다.

생각을 조금 엉뚱하게 확장시켜 보면, 산 자들에게 문화가 있는 것처럼 죽은 자들에게도 문화가 있을까? 눈을 감아도 생각을 잠재울 수 없는 불면증은 가끔 자신의 존재를 너무 두드러지게 느끼게 만드는데 그 와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존재가 이토록 분명한데 죽음 이후 또 다른 분명함으로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다면 그들, 아니 그 존재들에게도 나름 공통된 유형이 있을 듯도 싶은데 말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영역이 완전히 별개일까, 산 자들의 공간에서 죽은 자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양력을 사용함으로써 우린 또 하나의 세상을 부정하려는 건 아닐까, 두 영역이 충돌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의문, 질문, 호기심, 하지만 알기엔 두려움이 앞서는 궁금증들.

그건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오늘부터 1월 1일이다'라는 선언을 했었구나. 이거, 이거 잘 하면 정일우가 될 수도 있겠어...

by 지킬 | 2007/10/05 12:11 | 달력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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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진이 at 2007/10/11 01:29
저는 계절아 여기서 딱 멈춰라, 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기서 더 추워지지만 말고 딱, 멈추면 안되나..요? ^^;;
불과 한 달 전과는 반대로 곧 춥다고 못살겠다 할 제 모습이 그려져요;;
Commented by 안녕하세요 at 2007/10/11 10:43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올리신 디워와 고질라에 관한 글을 잘 읽었습니다. 저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이구요. 디워에 관한 글을 하나 쓰고 있습니다.
글쓰신 분의 분석 특히 고질라와 디워에 관한 생각이 굉장히 날카로웠는데요...
아시다 시피 두 작품다 미국에서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양상이 무척 달랐지요.
한국에서 디워는 대 성공을 했고, 고질라는 대 실패를 했지요..

적절한 비교일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 두작품을 비교하면서 한국에서 왜 디워는 성공했고 고질라는 실패했을까를 생각해보려고 하는데요..

혹시 좋은 의견 있으시면 저에게 이메일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unflinching5@yahoo.com

고맙습니다.

아참 혹시 디워와 고질라의 비교가 부적당하여 다른 영화의 비교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면 추천해주셔도 괜찮습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7/10/14 18:20
시진이/ 요즘 날씨 시원하니 딱 좋죠. 지하철 안에선 살짝 더운 듯도 하지만 저 역시 지금 이 계절이 딱 좋습니다. 그나저나 단풍이나 제대로 들고 겨울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하군요. 계절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안녕하세요/ 큰 도움은 못 되어 드릴 듯하지만 적어주신 주소로 메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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