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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 데굴데굴 54

 
1. 난 자리

오랜 시간 잠을 자는 블로그가 있다. 친절하게도 '잠깐 쉴게요'라며 공지를 한 곳도 있지만 아무 말 없이 그냥 예전 글들만 휑뎅그렁하게 남아 빈 집임이 더욱 강조되는 곳도 있다. 그 글들이 집 지키는 개도 아닐진대 아무 때곤 가 보면 꾸벅 꾸벅 졸다 인기척에 잠깐 쳐다보고 곧 다시 잠에 빠져든다. 낯을 많이 가린다 하더라도 어찌 어찌 블로그를 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건 사실이지만 확실히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이 훨씬 더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더 크다'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2. 1회용품

요즘 공익광고는 다른 광고들보다 눈에 쏙 들어온다. 특히 요즘 눈에 띄는 것들은 1회용품 사용에 대한 광고들이다. 1회용품이 썩는 기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것도 있고, 1회용품들이 자기들끼리 투덜대는 이야기도 있다. 바보상자가 하는 얘기치곤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재래시장은 1회용품 천국이고, 대형 마트를 제외한 조그만 상점들에선 인정을 빌미로 1회용품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정확히 말하면 제공되는 쪽보단 소비자에 의해 강탈된다고 보는 게 옳다. '오고 가는 인정 속에 무럭무럭 자라나는 환경 파괴'인 것이다. 내가 살아있을 동안은 아니겠지만 어쩌면 내 자식 세대가 지긋한 나이가 되었을 때 즈음엔 크리스마스에 가을 낙엽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훌륭한 부모들 아닌가? 눈 때문에 지저분해질 자식들의 신발 밑창을 걱정해서 아예 눈마저 빼앗아버렸으니 말이다. 지나치게 인정이 넘치는 부모들이다.

3. 상실

인연, 건강, 일상, 따끔한 말, 순수. 뭐든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잃어간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쯤으로 들릴 정도다. 정말로 빌어먹을, 사람들의 특성이다.

by 지킬 | 2007/09/07 11:53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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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sism at 2007/09/07 14:18
저는 종이컵의 목소리가 인상깊더군요. "오늘도 물 한 잔 마시고 그냥 버렸죠? 그래놓고 우리가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니요." 라고 했던가... 그래서 움찔했는데.
개인적으론 물도 좀 아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쇼프로그램에서 벌칙으로 물뒤집어쓰는 것만 봐도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Commented by 지킬 at 2007/09/08 13:32
코 앞에 닥쳐야 능력을 발휘하는 기질이 이 문제에서도 여전히 적용될 듯합니다. 사실 과자 포장이 쓸데없이 많이 되어 있는 것도 문제고, 1회용품을 무상 제공했을 때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만 부과하는 것도 문제가 있죠. 환경과 우리들을 위해 아껴야 할 것, 바꾸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환경 문제는 마치 딴 나라 얘기인 듯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Commented by 시진이 at 2007/09/09 05:39
그러니까 홍길동은 저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아--(궁시렁 궁시렁)
그런데 저도, 새로운 만남의 반가움(앗, 그런데 윗분도 '새로운' 분이실까요?.? 요즘 참 다양하게도...)보다도 확실히 헤어짐의 아쉬움이 크더라구요.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어쩌면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가 한결 같기 때문인 걸수도 있어요. ^^

그런데,, 나이먹는 것의 의미가 좀 무섭네요. 다 알고 있던 사실들이긴 한데도,,,
Commented by 지킬 at 2007/09/09 18:41
새로운 만남은 무언가를 쌓아가는 것의 시작이지만 헤어짐은 여지껏 쌓아왔던 것을 모두 무너뜨릴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분들은 아니지만 몇 분들과 나눈 공감 때문이라도 갑자기 사라지진 않으려고 해요.
홍길동은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에 핵심이 있다는....;
Commented by 시진이 at 2007/09/09 20:29
아...! ;;

그런데 정말 지킬님 말씀을 들으니 저도 그 공감을 나눈 소중함에 때문에 다시 나타나곤(?) 했던 것 같아요. 꼭 어떤 글을 쓰려고가 아니라. <-- 이렇게 '어떤 글'을 쓰지조차 않는데 같이 마음을 나눠주시는 소중한 분들께 그래서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랍니다 :)
Commented by 지킬 at 2007/09/10 11:42
한 자리에 꾸준히 있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고마워할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참 쉬워 보이는데 하다 보면 그게 아닌 것도 같고. 역시 쉬운 게 하나도 없는 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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