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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 데굴데굴 52

 
1. 낭만

지하철 강남역엔 사람들이 정말 끔찍하게 많다. 앞으로 가려는 발걸음은 제대로 된 흐름에 동참하기 전까진 수시로 방해받기 일쑤고, 시선조차 어디 한 군데 맘 놓고 풀어놓을 수 없다. 넋 놓고 땅을 보고 걸었다간 꼼짝없이 여자 다리에 혼이 나간 얼간이로 보이기도 한다. 고달픈 건 발과 눈뿐만이 아니라 귀도 마찬가지다. 온갖 소리들이 뒤섞여 커다란 하나의 잡음을 형성해 귀를 덮치는 바람에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런 혼란 속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귀에 쏙 들어왔다는 건 분명 흔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한참 혼이 빠져 있을 때 여자는 핸드폰에 대고 무어라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였는데 이상하게도 큰 덩어리의 잡음을 뚫고 내 귓가에 울렸다. 이상하다 싶어 집중했더니 여자는 그저 수다를 떠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무슨 노래일까? 누구에게 불러주는 걸까? 연인에게 불러주는 거라면 '그 사람 참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렇게 노래를 불러줄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 만약, 정말 홀딱 넘어가서 불러준다면 무슨 노래를 부르게 될까? 그 때 생각에 약간 공백이 있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역 분위기 탓일 수도 있고, 어쩌면 순전히 내 탓일 수도 있다. 그 공백을 틈타 한 개의 가락이 머리 속으로 파고들었고, 난 낭만을 내던졌다. 그 가락은 그러니까...

쇼X쇼=쇼, 쇼x쇼X쇼=쇼, 쇼x쇼X쇼x쇼=쇼, ...

2. 한 지붕 두 꿈

몸무게를 재고 내려와서 한 마디. '엄마, 살이 안 쪄.'
억지로 어머니를 체중계에 올라가게 한 후 또 한 마디. '엄마, 살이 안 빠져.'
우째 같은 지붕 아래 이런 비극이!

3. 솔직함

요즘 고백이 유행이던데 나도 고백 하나. 내가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것은 내가 사진이 잘 안 받는다는 이유가 그 어떤 이유보다 앞선다. 사람은 역시 솔직해야 한다. 우하하~
아, 더운데다 연 나흘 째 훌쩍거리다 보니 아무 정신이 없구나.

by 지킬 | 2007/08/23 12:06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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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暗雲姬 at 2007/08/23 12:57
저런! 여름감기예요?
아무리 더워도 기필코 갈 여름이니까
감기도 얼른 보내 버려요.
Commented by 지킬 at 2007/08/24 10:57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이에요. 감기가 심하게 걸렸으면 속 편하게 약이라도 먹을텐데 비염은 약에 적응될까봐 먹지도 못하고 계속 꼴 사납게 훌쩍거리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sesism at 2007/08/24 12:08
1. 회사가 강남역이신가 봐요? 아니면 볼일이 있으셨나? 사람 많은 곳은 정말 싫어요. 무섭거든요. 요즘은 강남역 갈 일이 거의 없지만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는 가끔 갔었는데 짜증도 나고 무섭고 저하고는 안 맞는 공간이었어요.

2. 저도 (어머님처럼) 살이 안 빠져요 ㅠ.ㅠ 6킬로정도 무섭게 찌더니만 도무지 내려갈 줄 모르는 몸무게 때문에 요즘 수영을 할까 헬스를 할까 중랑천을 걸을까 이러고 있답니다.

3. 저도 (지킬님처럼) 사진이 잘 안 받는다는 이유로 사진을 찍기 싫어합니다. 사진이 잘 안 받으니까 카메라 앞에 서면 더 부자연스러워지고 그러다 보니 더 안 받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어제 아침과 오늘 오전 느끼기로는 더위가 많이 가신 것 같아요. 작년에 비하면 이번 여름은 생각보다 많이 안 더웠고 열대야도 그다지 심하지 않았던 것 같구요. 조금만 더 견디시면 가을이 올겁니다. 전 여름이 가는게 아쉽지만요 ^^;
Commented by 지킬 at 2007/08/25 13:56
1. 오래 있을 거 같진 않지만 일하는 곳을 옮겼습니다. 사람들은 그대로고 장소만. 강남역은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요TT

2. 걷는 것도 좋지만 게으름을 이겨낼 수 없다면 돈 내고 하는 수영을 추천. 몸이 유연하고 부드럽다면 모를까 헬스는 자칫 잘못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습니다.

3. 저는 대학교 입학 이후로 절 찍은 사진을 단 한 장도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에요. 깜빡 잊긴 했었지만 졸업 앨범조차 찾아오질 않았죠^^;

생각보다 열대야는 심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아직까진 땀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은 없었거든요. 처서도 지났으니 이제 가을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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