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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 데굴데굴 49

 
1. 손 글씨

손으로 글씨를 한 자 한 자 적으면 아무래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보다 글이 짧아진다. 문장 하나를 써 내려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맘에 들지 않는 문장을 지우는 것도 쉽지 않다. 컴퓨터는 깨끗이 지울 수 있지만 공책엔 그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아지고 그 생각들은 짧은 문장으로 압축되곤 한다. 잘 된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손으로 글씨를 쓴다.

2. 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을 가만히 지켜본다. 너무 자유로워서 도대체 거스를 수 없는 막강한 권위처럼 느껴지는 것. 그런 시간이 손아귀에 쥔 모래처럼 내 손가락 틈새로 미끄러진다. 이렇게 흐르는 시간과 씨름한 게 3일 째. 술을 마시고 나면 으레 그렇듯 목요일 술자리 이후에도 내 팔다리 관절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무릎이 가장 먼저, 뒤를 이어 발목. 다리 쪽이 나아질 때 즈음 팔꿈치와 팔목이. 한바탕 앓고 난 다음 날 아침, 나를 덮쳐온 건 일주일로 예정된 휴식, 즉 168시간의 자유로운 시간이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자유로운 탓일까? 그 자유로운 흐름 속에서 유독 나만 도드라졌다. 자유, 그리고 외로움. '시간을 잡으려 하지 마. 네가 잡아야 할 건 사람이야.' 어딘가에서 읽었던 문장이던가? 내가 생각한 문장 같기도 하고... 모르겠구나.

3. Bye

이별의 순간은 언제나 어색하고 뭔가 조금 아쉽다. '잘 지내'란 말도 어딘가 부족하고, 흔드는 손도 마음을 표현해내는데 적합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포옹을 하며 만남과 이별의 감정을 표현하는 서양인들의 태도가 부러울 정도다.

by 지킬 | 2007/07/29 17:05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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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暗雲姬 at 2007/07/30 11:26
딸애가 초등학교 때, 학교에 노트북이라도 가지고 다녔으면 하더군요.
손이 생각을 쫓아가지 못 해서 쓸 수가 없다고 말이지요.
셈틀 없던 예전에 어떻게 글 쓰며 살았을지 기억이 나지 않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립기도 하더라구요.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07/30 11:57
펜을 이상하게 잡는 버릇이 들어서 손글씨를 오래 못 씁니다. 금방 피곤해지거든요. 한데도 버릇은 안 고쳐져지고. 덕분에 시험 때면 죽을 맛입니다. 내용은 둘째치고 시험지 채우기도 힘듭니다. -_-
Commented by 지킬 at 2007/08/01 10:36
暗雲姬/ 조만간 학교에서도 필기의 기억이 사라질지 모를 일이군요. 요즘은 저희 집 컴퓨터가 하도 제 멋대로라서 블로그에 글을 옮길 때 빼곤 거의 공책에 적고 있습니다. 모처럼 손가락이 아픈 요즘이죠^^;

히치하이커/ 저는 허리가 아파요. 필기할 때 자세가 획 틀어져 있거든요. 필기 자세가 한 번 고정되면 왠만해선 고쳐지지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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