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20일
초등학생 이기고 좋아하는 베어벡
아시안컵에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만신창이가 된 끝에 가까스로 8강에 올랐다. 사우디와 비기고 바레인에 역전패 당한 후 인도네시아에 한 점 차로 이겨 1승 1무 1패.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도 맘에 안 들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맘에 안 드는 건 언론의 태도였다. 아, 정확히 말하면 일부 언론의 태도. 바레인에 패배하자마자 이동국을 내세워 베어벡 감독의 능력을 짓뭉갬으로써 팀을 이간질 시키더니 인도네시아에 이겨 8강에 오르자 아주 기가 막힌 헤드라인 문구를 뽑아내고야 말았다. '초등학생 이기고 좋아하는 베어벡.' 상대팀에 대한 예의도, 인간에 대한 예의도 없는 오만함으로 꽉 찬 글자 조합. 아니, 어쩌면 예의를 떠나서 우리 자신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안방에서 치룬 월드컵 4강. 유럽 언론들 눈엔 그 시기의 우리가 바로 초등학생이었을 것이다. 집안 식구들과 친구들의 응원을 바탕으로 어디까지 가든 정말 열심히 무엇인가를 해 보려고 했던 초등학생 말이다. 하지만 저 얼토당토않은 헤드라인 덕택에 그 시절 우리 대표팀이 보여줬던 노력, 이 땅의 사람들이 보여줬던 열정 같은 것은 한낱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베어벡 감독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국가 대표 감독을 전혀 해보지 않았던 그를 감독 자리에 앉히면서 우리는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실험에 착수한 셈이었다. 언론은 이미 그 실험의 실패를 선언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갑자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아시안컵 우승을 한다 하더라도 언론은 언제나 베어벡 감독의 숨통을 조일 것이다. 평가전에 지면 당연히 졌으니까 우우 들고 일어날 테고, 평가전에 이겨도 어떻게든 트집을 잡을지도 모른다. 그가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모든 평가전에서 이기며 아직도 까마득히 남은 다음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는 길 뿐이다. 뭐, 당장 이란 전에서 진다면 길고 긴 휴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고.
'살아있는 영웅들이 온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했던 헤드라인이다. 그래요, 우린 초등학생이에요. 자존심 같은 건 만만한 상대 앞에서만 내세울 줄 아는 분별력 훌륭한 초등학생이죠. 영웅님들 제발 그 화려한 실력을 뽐내주세요! 흥.
베어벡 감독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국가 대표 감독을 전혀 해보지 않았던 그를 감독 자리에 앉히면서 우리는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실험에 착수한 셈이었다. 언론은 이미 그 실험의 실패를 선언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갑자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아시안컵 우승을 한다 하더라도 언론은 언제나 베어벡 감독의 숨통을 조일 것이다. 평가전에 지면 당연히 졌으니까 우우 들고 일어날 테고, 평가전에 이겨도 어떻게든 트집을 잡을지도 모른다. 그가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모든 평가전에서 이기며 아직도 까마득히 남은 다음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는 길 뿐이다. 뭐, 당장 이란 전에서 진다면 길고 긴 휴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고.
'살아있는 영웅들이 온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했던 헤드라인이다. 그래요, 우린 초등학생이에요. 자존심 같은 건 만만한 상대 앞에서만 내세울 줄 아는 분별력 훌륭한 초등학생이죠. 영웅님들 제발 그 화려한 실력을 뽐내주세요! 흥.
# by | 2007/07/20 12:50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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