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2일
일상들, 데굴데굴 20
1. 우유부단
거의 연중행사에 가까운 책상 정리나 옷 정리를 하다 보면 반드시 내 우유부단함에 고개를 떨구기 일쑤다. 어딘가 쓸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한 번은 다시 입지 않을까 싶어서 넣어둔 물건들과 옷들. 작년 그렇게 고이 모셔놓은 우유부단함의 흔적들은 올해도 여전히 나를 시험한다. 한 번 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의 방법이라지만 어디 아는 대로만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던가? 게다가 난 정석을 알려주는 매뉴얼 같은 사람도 아니고 모든 걸 초월한 현자도 아닐 뿐더러 세상 어딘가에, 세상 모든 곳에 스며있을지 모를 신도 아니다. 그저 온갖 쓰레기만을 만들어내며 그 쓰레기 속에서 뒹구는 이 세상 사람들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버리고 자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어려움은 인터넷이라고 다를 것 없더라. 오랜만에 링크를 정리해보자고 들어온 블로그. 그 곳에서 똑같은 어려움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수개월 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정리 1순위였던 블로그엔 뜬금없이 짧은 글 하나가 덩그러니 올라와있고, 허연 스킨만 남아 먼지라도 쌓여 누렇게 변색될 것만 같던 블로그는 진한 색깔의 스킨으로 탈바꿈을 해 놓았다. 머리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기다리다 지친 손가락은 애꿎은 마우스만 두드리고 두 눈은 우유부단한 가슴 덕에 하릴 없이 모니터의 한 점만 멍하니 응시한다.
아휴~ 이 빌어먹을 타이밍 하고는...
2. 외로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계절마다 외로움을 입에 담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조건 반사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봄이면 그 생동감 때문에 외롭고, 여름엔 휴가 때문에 외롭고, 가을이면 떨어지는 낙엽 때문에 외롭고, 겨울엔 옆구리가 시려 외롭다. 이쯤이면 외로움이 사람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외로움을 찾는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법하다. 그렇다면 진짜 외로움이란 어떤 걸까?(질문을 던졌다고 답까지 내줄 거란 기대는 하지 말자. 이미 파악했겠지만 이 블로그의 주인장은 그렇게 친절한 놈이 아니다.)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외로움이란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말할 수는 있다. 내게 있어서 외로움이란 감정은, 그러니까 꽤나 이기적인 감정이다. 가위에 눌리고 나서 눈을 떴을 때 방 안에 덩그러니 혼자 누워있는 나를 찾아오는 감정.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찾아오는 감정. 가슴 떨리는 두려움이나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의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감정이 바로 외로움이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감정이더냐!
낮 기온도 서서히 제 자리를 찾는다 하니 이젠 제대로 가을이 시작될 듯하다. 여름 기운이 너무 늘어지자 가을이 심통이 났는지 아주 호된 선물을 내게 안겨주며 성큼 다가온 셈이다. 그저 붙임성 좋은 아이쯤으로 생각했었는데... 하긴 누군가 미적대서 내게 피해를 준다면 나 같아도 잔뜩 심술이 나겠지.
3. 언제까지 먹어야 해!
진지하게 먹고 사는 걸 논하자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굶어 죽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도 아니다. 단지... 추석 때 만든, 또는 사 온 음식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진이 빠져 외쳐본 소리다. 이제부터 대략 추석 음식들의 운명을 읊어본다.
나물들은 진작 해치운 줄 알았는데 냉장고 한 구석에서 냄비 속 잠복 중이던 고사리나물 포착(명색이 나물인데 아직 안 상했을까?)
냉동실에서 고기전을 뒤적거리던 중 전 뭉치 뒤에서 위장술을 펼치고 있던 송편 발견(올 추석엔 송편을 달랑 한 개 밖에 안 먹었는데... 그럼 통째로 다 냉동실에 들어앉았다는 얘기?!)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과일 중 단감은 모두 내 배 속으로. 문제는 사과와 배인데...(사과는 해결 기미가 보이는데 배는 큼지막한 돌멩이로 보이는 중)
생선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어머니 배 속으로
계산 착오로 어머니께서 너무 많이 사다 놓은 달걀은 아침마다 계란 후라이로 해결(서서히 질리기 시작. 품고 자면 병아리를 볼 수 있을까?)
약과는 모두 해치웠지만 곶감과 다식은 사이좋게 곰팡이들과 공유
김치 냉장고 안에서 뜬금없는 수박 발견(아주 실해 보여서 바라보기만 해도 등골이 시원해진다)
거의 연중행사에 가까운 책상 정리나 옷 정리를 하다 보면 반드시 내 우유부단함에 고개를 떨구기 일쑤다. 어딘가 쓸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한 번은 다시 입지 않을까 싶어서 넣어둔 물건들과 옷들. 작년 그렇게 고이 모셔놓은 우유부단함의 흔적들은 올해도 여전히 나를 시험한다. 한 번 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의 방법이라지만 어디 아는 대로만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던가? 게다가 난 정석을 알려주는 매뉴얼 같은 사람도 아니고 모든 걸 초월한 현자도 아닐 뿐더러 세상 어딘가에, 세상 모든 곳에 스며있을지 모를 신도 아니다. 그저 온갖 쓰레기만을 만들어내며 그 쓰레기 속에서 뒹구는 이 세상 사람들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버리고 자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어려움은 인터넷이라고 다를 것 없더라. 오랜만에 링크를 정리해보자고 들어온 블로그. 그 곳에서 똑같은 어려움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수개월 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정리 1순위였던 블로그엔 뜬금없이 짧은 글 하나가 덩그러니 올라와있고, 허연 스킨만 남아 먼지라도 쌓여 누렇게 변색될 것만 같던 블로그는 진한 색깔의 스킨으로 탈바꿈을 해 놓았다. 머리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기다리다 지친 손가락은 애꿎은 마우스만 두드리고 두 눈은 우유부단한 가슴 덕에 하릴 없이 모니터의 한 점만 멍하니 응시한다.
아휴~ 이 빌어먹을 타이밍 하고는...
2. 외로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계절마다 외로움을 입에 담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조건 반사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봄이면 그 생동감 때문에 외롭고, 여름엔 휴가 때문에 외롭고, 가을이면 떨어지는 낙엽 때문에 외롭고, 겨울엔 옆구리가 시려 외롭다. 이쯤이면 외로움이 사람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외로움을 찾는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법하다. 그렇다면 진짜 외로움이란 어떤 걸까?(질문을 던졌다고 답까지 내줄 거란 기대는 하지 말자. 이미 파악했겠지만 이 블로그의 주인장은 그렇게 친절한 놈이 아니다.)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외로움이란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말할 수는 있다. 내게 있어서 외로움이란 감정은, 그러니까 꽤나 이기적인 감정이다. 가위에 눌리고 나서 눈을 떴을 때 방 안에 덩그러니 혼자 누워있는 나를 찾아오는 감정.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찾아오는 감정. 가슴 떨리는 두려움이나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의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감정이 바로 외로움이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감정이더냐!
낮 기온도 서서히 제 자리를 찾는다 하니 이젠 제대로 가을이 시작될 듯하다. 여름 기운이 너무 늘어지자 가을이 심통이 났는지 아주 호된 선물을 내게 안겨주며 성큼 다가온 셈이다. 그저 붙임성 좋은 아이쯤으로 생각했었는데... 하긴 누군가 미적대서 내게 피해를 준다면 나 같아도 잔뜩 심술이 나겠지.
3. 언제까지 먹어야 해!
진지하게 먹고 사는 걸 논하자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굶어 죽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도 아니다. 단지... 추석 때 만든, 또는 사 온 음식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진이 빠져 외쳐본 소리다. 이제부터 대략 추석 음식들의 운명을 읊어본다.
나물들은 진작 해치운 줄 알았는데 냉장고 한 구석에서 냄비 속 잠복 중이던 고사리나물 포착(명색이 나물인데 아직 안 상했을까?)
냉동실에서 고기전을 뒤적거리던 중 전 뭉치 뒤에서 위장술을 펼치고 있던 송편 발견(올 추석엔 송편을 달랑 한 개 밖에 안 먹었는데... 그럼 통째로 다 냉동실에 들어앉았다는 얘기?!)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과일 중 단감은 모두 내 배 속으로. 문제는 사과와 배인데...(사과는 해결 기미가 보이는데 배는 큼지막한 돌멩이로 보이는 중)
생선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어머니 배 속으로
계산 착오로 어머니께서 너무 많이 사다 놓은 달걀은 아침마다 계란 후라이로 해결(서서히 질리기 시작. 품고 자면 병아리를 볼 수 있을까?)
약과는 모두 해치웠지만 곶감과 다식은 사이좋게 곰팡이들과 공유
김치 냉장고 안에서 뜬금없는 수박 발견(아주 실해 보여서 바라보기만 해도 등골이 시원해진다)
# by | 2006/10/22 01:43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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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정리는 저도 매년 같은 생각인데 그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부단의 정리가 잘 안되더라구요.
뭐든 정리라는 게 그런 거 같아요. 고민 고민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