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09일
우리말로 글 쓰기
한글날을 맞아 해 보는 자기반성 포스트
난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기 보단 꾸준히 읽는 편이다. 하루에 얼마씩 읽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 같은 것도 없고, 한달에 최소 한 권을 읽겠다는 결심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손과 맘이 가면 읽고 싫으면 말고. 그런 식이다. 그런데 그런 불규칙한 습관 속에서도 절대 읽지 않는 책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철학책. 철학이란 분야가 내 관심 밖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글이 너무 어렵다. 번역이든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책이든 철학책은 하나 같이 문장이... 그러니까 아주 고약하다. 단어들은 어느 세상에서 날아온 것들인지 우리 글로 씌어있음에도 왠지 외국어 같고, 문장들은 또 왜 그리 호흡이 긴 지 한 문장 읽을 때마다 한 단락을 읽은 게 아닐까 싶은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려운 글쓰기. 그건 심하게 말하면 죄악이다. 누군가의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관심을 그 뿌리부터 송두리째 들어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특히 열린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글을 쓸 때는 쉽게 글을 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쉽게 글을 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들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엄마의 삶을 미워하며 새 삶을 찾겠다고 떠난 딸들일수록 시간이 지나 자기 모습에서 엄마의 삶을 찾아내게 된다고. 사람의 일이란 게 이 모양이다. 정말 미워하고 정말 싫어한다고 해서 자신이 그것들로부터 멀어질 수 없는 것. 그런 게 아무래도 사람의 세상살이 모습인 듯하다. 글쓰기도 그렇다. 내가 아무리 어려운 문장과 단어들, 호흡이 긴 문장을 싫어한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 내가 쓴 글에서 그런 것들을 아주 손쉽게 발견하곤 하니까. 그래서 글쓰기에서도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는 행동이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읽은 책이 한 권씩 늘어날수록, 지식이든 경험이든 머리와 몸이 그것들로 풍요로워질수록 더욱 조심할 일이다. 허영과 가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사람 몸에 달린 이 두 손이 허영과 가식의 손을 잡는 순간 그 사람이 쓴 글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몸담은 세상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철학책은 허영과 가식으로 꽉 찬 책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건가? 그게 아니라는 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보다 지금 수고롭게 이런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다. 때론 자신의 무식과 무관심을 탓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 난 철학을 싫어하고 모른다.)
아,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얘기해 두는데 지금 이 글은 보편적인 글쓰기 원칙 같은 것을 다루는 게 아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가 쓴 글과 내 습관을 바탕으로 해서 나 자신을 반성하는 게 먼저다. 만약 그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고.
이제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야겠다. 쉽게 글쓰기, 그게 '바로 바로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쓰자!'라는 결심만으로 곧장 되는 건 분명 아니다. 어떤 방법이 있어야 하고 그 방법에 길들여져야만 쉬운 글을 말 그대로 쉽게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제대로 된 어떤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들로 글을 쓰는 것이리라.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아마 글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거리감 같은 것들이 많은 부분희석될사라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의 모든 글이 일상의 말들로만 채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전문 분야의 단어들을 일상의 단어들로 바꾸는 것은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개념의 혼동과 이중의 노력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글이나 특정인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면,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블로그의 글이라면 우리 입에 익숙한 단어들로 생각을 표현하는 게 좋겠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내 삶을 얘기하고 내가 바라본 세상을 얘기하는 데 굳이 어려운 말로,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게 글을 쓸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지금 우리말에 들어와 있는 잘못된 습관들이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될 수 있으면 그것들을 고쳐 나가야 하겠다. 국어학자도 아니고 한글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자주 쓰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놓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최소한 자신이 알고 있는 잘못된 습관만이라도 계속해서 고쳐 나가야 하지 않을까? 내 경우를 살펴본다면 뻔히 알면서도 일본말의 잔재나 번역 투의 문체를 아무 생각 없이 쓸 때가 많다. 가장대표적인흔히 볼 수 있는 예가 '~의'를 아무 데나 들이대는 것. '게다가 조니 뎁과의 조합이기까지 하니', '저 깊은 심연으로부터의 초대', '한 나라를 책임질 자로서의 자격'... 한 동안 노력한 탓에 요즘은 저런 표현들이 많이 줄었지만 얼마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저런 식으로 쓰곤 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고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단어 뒤에 따라붙는 '~적'이란 표현. 사실 이런 표현은 문장을 쓸 때 굉장히 편하다. 때론 길게 쓸 문장이 짧게 압축되기도 하고 때론 더 쉽게 의미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니 고치기가 어렵다. 아예 '객관적 생각, 사회적 의미, 개인적 입장' 같이 쓸 때는 풀어 쓰거나 바꾸어 쓸 말도 마땅히 안 떠오른다. 어쩌면 잘못된 습관이 우리말 표현으로 그대로 굳어진 예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 외에도 '~에도 불구하고'라든지, '~되어져야만 한다'처럼 수동태 표현을 하는 것도 우리말에는 없는 표현 방법이라고 하지만 예사로 쓰곤 한다. 서너 가지 예만 들어놓았지만 이 정도만 제대로 고칠 수 있다면 내가 쓴 글은 좀 더 우리말다운 표현으로 가득한 문장들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글날인 탓에 한글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이 들려오고 전에 들었던 이런 저런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딘가에선 한글 디자인이 박힌 옷이 관심을 받는 모양이고, 어느 문자 없는 부족에겐 한글을 이용해 그들의 말을 표현하게끔도 하는 모양이다. 우리가 가진 최고 브랜드는 한글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딱히 그런 사실들엔 별 관심이 없다. 디자인이나 교육은 내 관심 분야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분야다. 브랜드 파워, 브랜드 가치? 나에겐 그 잠재된 가치를 폭발시킬 능력 같은 것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글을 제대로 쓰려고 애쓰는 것과 공개된 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그 형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다. 감히 한글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겠다. 그저 블로그를 만들고 그 곳에 내 아이나 다름없는 글들을 내놓으면서 그 아이들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언젠가는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 아마도 그 정도가 우리 말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이자 태도가 될 것이다.
난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기 보단 꾸준히 읽는 편이다. 하루에 얼마씩 읽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 같은 것도 없고, 한달에 최소 한 권을 읽겠다는 결심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손과 맘이 가면 읽고 싫으면 말고. 그런 식이다. 그런데 그런 불규칙한 습관 속에서도 절대 읽지 않는 책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철학책. 철학이란 분야가 내 관심 밖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글이 너무 어렵다. 번역이든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책이든 철학책은 하나 같이 문장이... 그러니까 아주 고약하다. 단어들은 어느 세상에서 날아온 것들인지 우리 글로 씌어있음에도 왠지 외국어 같고, 문장들은 또 왜 그리 호흡이 긴 지 한 문장 읽을 때마다 한 단락을 읽은 게 아닐까 싶은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려운 글쓰기. 그건 심하게 말하면 죄악이다. 누군가의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관심을 그 뿌리부터 송두리째 들어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특히 열린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글을 쓸 때는 쉽게 글을 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쉽게 글을 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들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엄마의 삶을 미워하며 새 삶을 찾겠다고 떠난 딸들일수록 시간이 지나 자기 모습에서 엄마의 삶을 찾아내게 된다고. 사람의 일이란 게 이 모양이다. 정말 미워하고 정말 싫어한다고 해서 자신이 그것들로부터 멀어질 수 없는 것. 그런 게 아무래도 사람의 세상살이 모습인 듯하다. 글쓰기도 그렇다. 내가 아무리 어려운 문장과 단어들, 호흡이 긴 문장을 싫어한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 내가 쓴 글에서 그런 것들을 아주 손쉽게 발견하곤 하니까. 그래서 글쓰기에서도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는 행동이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읽은 책이 한 권씩 늘어날수록, 지식이든 경험이든 머리와 몸이 그것들로 풍요로워질수록 더욱 조심할 일이다. 허영과 가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사람 몸에 달린 이 두 손이 허영과 가식의 손을 잡는 순간 그 사람이 쓴 글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몸담은 세상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철학책은 허영과 가식으로 꽉 찬 책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건가? 그게 아니라는 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보다 지금 수고롭게 이런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다. 때론 자신의 무식과 무관심을 탓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 난 철학을 싫어하고 모른다.)
아,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얘기해 두는데 지금 이 글은 보편적인 글쓰기 원칙 같은 것을 다루는 게 아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가 쓴 글과 내 습관을 바탕으로 해서 나 자신을 반성하는 게 먼저다. 만약 그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고.
이제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야겠다. 쉽게 글쓰기, 그게 '바로 바로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쓰자!'라는 결심만으로 곧장 되는 건 분명 아니다. 어떤 방법이 있어야 하고 그 방법에 길들여져야만 쉬운 글을 말 그대로 쉽게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제대로 된 어떤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들로 글을 쓰는 것이리라.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아마 글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거리감 같은 것들이 많은 부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지금 우리말에 들어와 있는 잘못된 습관들이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될 수 있으면 그것들을 고쳐 나가야 하겠다. 국어학자도 아니고 한글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자주 쓰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놓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최소한 자신이 알고 있는 잘못된 습관만이라도 계속해서 고쳐 나가야 하지 않을까? 내 경우를 살펴본다면 뻔히 알면서도 일본말의 잔재나 번역 투의 문체를 아무 생각 없이 쓸 때가 많다. 가장
한글날인 탓에 한글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이 들려오고 전에 들었던 이런 저런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딘가에선 한글 디자인이 박힌 옷이 관심을 받는 모양이고, 어느 문자 없는 부족에겐 한글을 이용해 그들의 말을 표현하게끔도 하는 모양이다. 우리가 가진 최고 브랜드는 한글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딱히 그런 사실들엔 별 관심이 없다. 디자인이나 교육은 내 관심 분야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분야다. 브랜드 파워, 브랜드 가치? 나에겐 그 잠재된 가치를 폭발시킬 능력 같은 것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글을 제대로 쓰려고 애쓰는 것과 공개된 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그 형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다. 감히 한글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겠다. 그저 블로그를 만들고 그 곳에 내 아이나 다름없는 글들을 내놓으면서 그 아이들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언젠가는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 아마도 그 정도가 우리 말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이자 태도가 될 것이다.
# by | 2006/10/09 09:40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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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과학성은 둘째치더라도 사대주의에 빠진 이 나라 인간들이 문제죠... 간판도 죄다 알파벳인거 보면 정말 열받는다는... 부르르!!!
글을 쓰는 잘못된 습관들에 대해선 저도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같이 반성해보자고밖에 말 못하겠네요^^; 가끔 그런 예를 보면 정말 잘못 알고 있는 게 많구나 싶어요. 또 지킬님 말씀대로 너무 굳어져서 그거 말고는 다른 적절한 표현을 못 찾겠는 경우도 많고. 아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써야 할텐데 요즘 너무 생각없는 포스팅만 해대고 있어서 오늘 같은 날은 더욱 부끄럽군요-_-
시진이/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사람들은 세상과, 삶과 멀어지는 부분이 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글을 쓰는 행위도 그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글이라면 그것처럼 좋은 글도 없을텐데요.
고등학교 논술 공부하면서 그렇게 된게 아닐까 생각도 =.=
ps. 오랜만이에요. : ) 전 오래간만에 낯선 길을 누벼보았습니다. 또 가고 싶을 거에요 흙..
'떠남'이란 포스팅 이후로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만 어디 갔다오셨나봐요. 저는 잠과 일 사이를 오락가락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요즘입니다. 주말이 되면 블로그든 거리든 조금 기웃거려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