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8월 08일
괴물, 모성이 사라진 땅덩어리
아직 나이가 이른데도, 능력이 부족한데도 성인이 되도록 강요받은 적이 있는가? 정상적인 가정이었다면 그런 일은 쉽게 겪어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란 이 땅덩어리에선 어쩌면 특정 세대 모두가 그런 경험을 거쳤는지도 모른다.
(스포일러 담뿍, 해몽도 담뿍...;)
영화 <괴물>을 보다 보면 주인공 가족들을 잡기 위한 현상금 전단지와 몇 번 마주치게 된다. 그 전단지에는 가족의 이름과 나이가 적혀있다. 박희봉, 59세. 박강두, 36세.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희봉은 전쟁을 거쳐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세대다. 고도성장이란 휘황찬란한 타이틀을 거머쥔 세대, 그들에겐 일종의 '전진, 앞으로!'가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 그렇기에 분배나 보살핌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오죽 했으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세대인 희봉마저도 한강변의 찌꺼기를 받아먹고 살까.
그렇게 살아온 희봉의 자식 세대를 대표해서 강두가 존재한다. 희봉의 넋두리를 들을 필요도 없이 가부장 사회에서 어머니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때 이른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위와 생계, 거기다 발전이라는 국가적 계획까지 떠맡은 아버지는 시선을 아이들에게 돌릴 겨를이 없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강두는 바로 그런 아이들 중 하나다. 힘차게 발걸음을 내닫기만 하는 아버지 덕택에 미숙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어쩔 수 없이 성인이 되어버린 아이들. 안타깝게도 그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어머니를 잃고 만 세대였다.
어머니를 상실한 채 성인이 되도록 강요받은 세대, 그들은 당연히 희봉 세대가 퇴장한 시대의 주인공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주인공답지 못하게 잠에 취한 듯 몽롱한 세대가 되고 말았다. 몽롱함은 그들로 하여금 너무나 뻔한 자극에도 무뎌질 수밖에 없게 했고, 흐리멍덩한 판단력을 동반하도록 했다. 앞 세대의 단점과 부정을 극복해야 했건만 그들은 그럴 수가 없었고, 세대를 타고 계승된 모든 것들이 더욱 굳건하게 그들 틈바구니로 파고 들어갔다. 결국 그들이 아버지를 긍정했건 부정했건 관계없이 그들에겐 아버지의 모습 일부가 그대로 투영되고 말았다. 무언가 어긋나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보살핌과 전진 사이에서 비몽사몽 중에 헤매기만 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자식들에게마저 성인이 되도록 강요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박현서, 13살. 이 아이는 아버지로선 어딘가 부족한 듯한 아버지로부터 맥주를 권유받았고, 괴물의 보금자리로 끌려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애써야 했다. 강두와 마찬가지로 역시 성인이 되도록 강요받은 세대. 하지만 현서가 속한 세대의 아이들에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어머니란 존재가 없었다. 강두의 어머니가 발전이란 명분을 등에 업은 아버지에 의해 사라졌다면 현서의 어머니는 발전이란 유령에 홀린 아버지 때문에 처음부터 자취를 감추어버린 꼴이다.
시대의 축이 되었어야 할 강두 세대의 흐리멍덩함은 자식인 현서에게만 불이익을 준 걸로 그치지 않는다. 시간은 앞으로만 흘러가서 두려운 대상이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형성되는 세대 간의 관계는 그 영향력이 얼마든지 역류할 수 있기 때문에 두렵다. 강두 세대의 멍함은 여전히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희봉 세대의 발목까지 붙잡고 만다. 그것은 사실 전적으로 강두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앞 세대에서 구축된 부작용들을 뒤따르는 세대가 방관하는 것은 분명 젊은 세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그 젊은 세대에게 역량을 키울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앞 세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희봉이 강두에게서 건네받은 총에선 총알이 나가지 않았고, 최전방에 서 있던 희봉은 맨몸으로 괴물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분배와 보살핌에 실패한 까닭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발전의 찌꺼기만 받아먹었던 희봉은 자신의 세대부터 시작됐던 부조리에 의해 처절하게 나가떨어지게 된 것이다.
세대별로 살펴본 <괴물>의 캐릭터들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세대를 관통하면서 앞서 서술한 내용처럼 그 시대의 특징을 내포한다. 이 글에선 영화에서 전면으로 부각된 미국에 대한 시각을 배제한 채 내용을 서술했지만 미군정이 해방 이후부터 이 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굳이 그 내용을 따로 읊을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경제 발전과 안보는 어차피 한 배를 타고 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괴물의 존재가 지닌 상징적 의미는 분명해진다. 그것은 세대를 거치며 축적된 이 땅의 모순이다. 한 때는 자랑거리였지만 지금은 골칫덩이가 된, 또는 한 때는 자랑거리였고 지금도 여전히 자랑거리일 수 있는 아주 민감하고 곤란한 부분인 것이다. 그 모순은 시간을 타고 흘러 내려와 가장 젊은 세대인 현서에게 치명적 결과를 안겨다 준다. 모성을 간직한 현서의 죽음은 강두와 세주라는 조합으로 하나의 가족을 형성시킨다. 그 곳엔 불행히도 여전히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으며 미래의 어머니였던 현서마저 사라진 상태다. 일종의 대리모격인 강두와 배고픔에 시달렸던 세주에게 이 땅의 미래가 달려있다. 불안한 희망, 그것이 <괴물>이 바라보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제목 : 괴물(2006년)
감독 : 봉준호
출연 : 송강호(박강두), 변희봉(박희봉), 박해일(박남일), 배두나(박남주), 고아성(박현서), 이동호(세주), 이재응, 임필성, 윤제문(노숙자), 유연수(조과장), 김뢰하, 박노식, 고수희
꼬리말) 이미 말했지만 이 글에선 미국에 대한 영화의 시각을 배제한 상태다. 달리 끼워 넣을 곳도 없고 그랬다간 쓸데없이 글만 길어지고 똑같은 말 두 번 반복하는 꼴이 될 듯해서 말이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발전의 유령이 지금까지 막강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미국의 영향력도 이 땅에서 여전히 강력하다는 의미가 되겠다. 긴 말 할 필요 없이 얼마 전에 들었던 뉴스 한 토막을 옮겨본다. 날이 더워 기억력이 해롱대는 탓에 낱말 하나하나까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니 그 점 하나만큼은 양해 바란다.
전 국방장관들,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수권 환수 중단을 현 국방장관이 자리를 걸고서라도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스포일러 담뿍, 해몽도 담뿍...;)
영화 <괴물>을 보다 보면 주인공 가족들을 잡기 위한 현상금 전단지와 몇 번 마주치게 된다. 그 전단지에는 가족의 이름과 나이가 적혀있다. 박희봉, 59세. 박강두, 36세.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희봉은 전쟁을 거쳐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세대다. 고도성장이란 휘황찬란한 타이틀을 거머쥔 세대, 그들에겐 일종의 '전진, 앞으로!'가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 그렇기에 분배나 보살핌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오죽 했으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세대인 희봉마저도 한강변의 찌꺼기를 받아먹고 살까.그렇게 살아온 희봉의 자식 세대를 대표해서 강두가 존재한다. 희봉의 넋두리를 들을 필요도 없이 가부장 사회에서 어머니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때 이른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위와 생계, 거기다 발전이라는 국가적 계획까지 떠맡은 아버지는 시선을 아이들에게 돌릴 겨를이 없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강두는 바로 그런 아이들 중 하나다. 힘차게 발걸음을 내닫기만 하는 아버지 덕택에 미숙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어쩔 수 없이 성인이 되어버린 아이들. 안타깝게도 그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어머니를 잃고 만 세대였다.
어머니를 상실한 채 성인이 되도록 강요받은 세대, 그들은 당연히 희봉 세대가 퇴장한 시대의 주인공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주인공답지 못하게 잠에 취한 듯 몽롱한 세대가 되고 말았다. 몽롱함은 그들로 하여금 너무나 뻔한 자극에도 무뎌질 수밖에 없게 했고, 흐리멍덩한 판단력을 동반하도록 했다. 앞 세대의 단점과 부정을 극복해야 했건만 그들은 그럴 수가 없었고, 세대를 타고 계승된 모든 것들이 더욱 굳건하게 그들 틈바구니로 파고 들어갔다. 결국 그들이 아버지를 긍정했건 부정했건 관계없이 그들에겐 아버지의 모습 일부가 그대로 투영되고 말았다. 무언가 어긋나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보살핌과 전진 사이에서 비몽사몽 중에 헤매기만 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자식들에게마저 성인이 되도록 강요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박현서, 13살. 이 아이는 아버지로선 어딘가 부족한 듯한 아버지로부터 맥주를 권유받았고, 괴물의 보금자리로 끌려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애써야 했다. 강두와 마찬가지로 역시 성인이 되도록 강요받은 세대. 하지만 현서가 속한 세대의 아이들에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어머니란 존재가 없었다. 강두의 어머니가 발전이란 명분을 등에 업은 아버지에 의해 사라졌다면 현서의 어머니는 발전이란 유령에 홀린 아버지 때문에 처음부터 자취를 감추어버린 꼴이다.
시대의 축이 되었어야 할 강두 세대의 흐리멍덩함은 자식인 현서에게만 불이익을 준 걸로 그치지 않는다. 시간은 앞으로만 흘러가서 두려운 대상이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형성되는 세대 간의 관계는 그 영향력이 얼마든지 역류할 수 있기 때문에 두렵다. 강두 세대의 멍함은 여전히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희봉 세대의 발목까지 붙잡고 만다. 그것은 사실 전적으로 강두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앞 세대에서 구축된 부작용들을 뒤따르는 세대가 방관하는 것은 분명 젊은 세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그 젊은 세대에게 역량을 키울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앞 세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희봉이 강두에게서 건네받은 총에선 총알이 나가지 않았고, 최전방에 서 있던 희봉은 맨몸으로 괴물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분배와 보살핌에 실패한 까닭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발전의 찌꺼기만 받아먹었던 희봉은 자신의 세대부터 시작됐던 부조리에 의해 처절하게 나가떨어지게 된 것이다.세대별로 살펴본 <괴물>의 캐릭터들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세대를 관통하면서 앞서 서술한 내용처럼 그 시대의 특징을 내포한다. 이 글에선 영화에서 전면으로 부각된 미국에 대한 시각을 배제한 채 내용을 서술했지만 미군정이 해방 이후부터 이 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굳이 그 내용을 따로 읊을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경제 발전과 안보는 어차피 한 배를 타고 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괴물의 존재가 지닌 상징적 의미는 분명해진다. 그것은 세대를 거치며 축적된 이 땅의 모순이다. 한 때는 자랑거리였지만 지금은 골칫덩이가 된, 또는 한 때는 자랑거리였고 지금도 여전히 자랑거리일 수 있는 아주 민감하고 곤란한 부분인 것이다. 그 모순은 시간을 타고 흘러 내려와 가장 젊은 세대인 현서에게 치명적 결과를 안겨다 준다. 모성을 간직한 현서의 죽음은 강두와 세주라는 조합으로 하나의 가족을 형성시킨다. 그 곳엔 불행히도 여전히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으며 미래의 어머니였던 현서마저 사라진 상태다. 일종의 대리모격인 강두와 배고픔에 시달렸던 세주에게 이 땅의 미래가 달려있다. 불안한 희망, 그것이 <괴물>이 바라보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제목 : 괴물(2006년)
감독 : 봉준호
출연 : 송강호(박강두), 변희봉(박희봉), 박해일(박남일), 배두나(박남주), 고아성(박현서), 이동호(세주), 이재응, 임필성, 윤제문(노숙자), 유연수(조과장), 김뢰하, 박노식, 고수희
꼬리말) 이미 말했지만 이 글에선 미국에 대한 영화의 시각을 배제한 상태다. 달리 끼워 넣을 곳도 없고 그랬다간 쓸데없이 글만 길어지고 똑같은 말 두 번 반복하는 꼴이 될 듯해서 말이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발전의 유령이 지금까지 막강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미국의 영향력도 이 땅에서 여전히 강력하다는 의미가 되겠다. 긴 말 할 필요 없이 얼마 전에 들었던 뉴스 한 토막을 옮겨본다. 날이 더워 기억력이 해롱대는 탓에 낱말 하나하나까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니 그 점 하나만큼은 양해 바란다.
전 국방장관들,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수권 환수 중단을 현 국방장관이 자리를 걸고서라도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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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6/08/08 00:45 | 영화...또다른 현실 | 트랙백(5)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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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도 30여개가 살짝 넘는 링크지만 참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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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리정돈 하나는 잘 합니다^^;
시진이/ 역시... 제가 좀 삐딱선을 타는 경향이...;
(얼른, 빨리, 후딱후딱)
몽중인/ 미국 이야기야 따로 할 필요 없이 영화에서 워낙에 명확하게 표현해놓은 터라. 게다가 그것도 모순의 일부인 것을요.
레드몽키/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나 희망은 불안하게 지속될 거라 생각합니다.
거기서 29화 보세요. 이 영화평이랑 맥락이 맞는 듯. ^^
prelude/ '대한민국이 대한제국이 되는 그날까지' 이것도 아주 묘한 말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