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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을 터뜨린 난장이들

 
밤길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둥근 달이 희미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안녕, 달님.'

인사도 할 겸 잠깐 멈춘 후 바라본 달은 한 쪽이 꽤나 찌그러져 있었다. 얼마 전에 봤을 때는 말 그대로 둥근 달덩이였는데 그새 며칠이 흘렀나보다. 시간의 덧없음을 느껴야 함이 최선이겠으나 밤길을 걷는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엉뚱하다.

사람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뭐, 당연히 밥과 공기를 먹고 산다; 그 외에도 기억을, 추억을 먹고 산다. 그리고 꿈을 먹고 산다. 실현 가능한 꿈이든, 좀처럼 틈새가 보이지 않는 꿈이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고통을 감내하기도 하고, 조그만 즐거움에 들뜨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꿈을 먹고 산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위안 삼아, 또는 장난삼아 자신의 꿈을 토실토실한 달님에게 고백한다. '부디 이루어주시와요~'라는 기원과 함께.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지 아마.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원이 그저 두둥실 달을 향해 떠올라 간 것에 불과했지만 그 태산 같은 소원을 엉겁결에 받아먹은 달님은 그만 너무 배가 불러 뻥 터져버린 모양이다. 음력 보름을 기점으로 달님의 통통한 몸매는 홀쭉해지기 시작하니까. 그렇다고 달님이 수척해지는 책임을 온통 사람들에게만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두운 밤하늘, 그렇게 동그랗고 탐스럽게 주위를 밝히며 떠 있으니 어느 누가 기원의 충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조금만 기다려요, 달님. 한 달 쯤 지나면 정월 대보름이니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터뜨려 드릴 테니. 그 때까지 살 통통하게 찌워 놓으세요~'

오늘밤, 난 달님이 어쩐지 식은땀을 삐질 흘리고 있을 거 같은 착각에 빠져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달 보고 한 번 울부짖는 객기도 부려본다.

(멍! 멍멍!)
... 그게 아니잖아!
(ㅋㅋ 멍! 머어어~어엉~~)
... --;

그러고 보니 하이드 이 눔도 잔뜩 부풀어 올랐다가 터지곤 한다. 누가 너한테 소원이라도 빌던?
...
나? 내가 언제?

by 지킬 | 2006/01/19 00:26 | 내 안의 소리들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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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ariel at 2006/01/19 09:07
오늘 새벽에도 달이 찌그러져 있더라구요. ㅎㅎ
Commented by kuna at 2006/01/19 23:27
:) 전 다 터져버린? 가는 초생달이 좋은데.
지킬님, 온블록 외의 블록에 대한 트랙백을 요기다 해봤어요..
괜찮죠...?
Commented by 지킬 at 2006/01/20 00:31
Nariel/ 새벽달을 보셨군요. 부지런하세요^^ 한동안은 계속 바람 빠지듯 살이 빠지겠죠.

kuna/ 달이라면 뭐가 됐든 사양않고 좋아합니다(부비부비;)
예, 괜찮습니다. 저두 그쪽으로 트랙백 한번 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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