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A, 사형선고를 받고 태어난 사람들 영화...또다른 현실

함께 가자는 애인을 뿌리치고 혼자만의 휴가 여행을 떠난 한 남자가 있다. 그것도 샌프란시스코란 북적대는 도시로. 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몸이 이상함을 느낀 남자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되고, 자신이 해독 불가능한 독에 중독 되었음을 알게 된다. '당신은 살해됐습니다'란 기묘한 사형선고를 받게 된 남자는 의문의 전화 통화를 바탕으로 자신을 중독 시킨 자를 찾아 나선다.

사람은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닌 존재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두려움에 떠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나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아주 머나먼 진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한순간의 곁눈질로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면 그 때는 어떨까? 두렵고 억울하고 분노하겠지 아마. 만약, 만약에 말이다... 삶이 그토록 냉혹하다면? 그 속에서 두렵고 억울하고 분노하게 될까?

큐브릭의 <킬러스키스>나 마이클 만의 <콜래트럴>보다는 그 구체성이 덜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도시는 한 인간을 옥죄이는 공간이다. 샌프란시스코로 휴가를 온 프랭크는 그 잠깐의 일탈을 계획함으로써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다양한 인간들과 만나게 된다. 불행히도 선악을 떠나 주요 인물들은 하나같이 겉과 속이 다른 인물들이다. 거짓으로 뭉치고 비뚤어진 욕망에서 즐거움을 찾는 존재들. 그들은 프랭크의 약혼녀인 폴라와 확연히 대비되면서 대도시의 양상을 대표한다. 폴라는 프랭크를 포용하고 사랑하지만 도시로 대표되는 존재들은 프랭크의 곁눈질을 용납 않고 대가를 요구한다. 더욱 부조리한 것은 그 대가가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프랭크는 그 부당함에 분노한다. 그는 분노를 바탕으로 모든 이유를 밝혀내고 그 부조리의 근원을 응징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나뿐이다. 이미 예정된 선고의 실행.

결국 영화가 바라보는 세상은 단 한 번의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프랭크가 자신의 삶 속에서 일탈을 꿈꾸지 않고 제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휴가를 떠났고 직접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 결과 거침없는 사형선고가 내려졌고, 게다가 그 선고문은 '당신은 죽었습니다'가 아닌 '당신은 살해됐습니다'로 표현됐다. 외부의 위협에 의해 삶을 박탈당한 것이다. 그 정도로 세상은 냉혹하고 위협으로 꽉 차 있다. 그런 이유로 해서 D.O.A(dead on arrival)란 용어는 특정 분야의 전문 용어로 그치지 않고 세상 속에서 위태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운명을 가리킨다. 그들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수많은 위협 속에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도착시 이미 사망.' 두려움을 잠시 잊은 채 웃고 즐기는 가운데 느닷없는 사형선고를 받을 수 있는 게 대도시의 삶이란다. 억울함에 분노를 표출해보지만 예정된 선고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단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을 보고 있으면, '삶은 한바탕 넋두리에 불과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조금은 벅차지만 세상에 대한 감독 개인의 통찰은 확실하게 새겨 넣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원제 : D.O.A(1950년작)
감독 : 루돌프 마테
출연 : 에드몬드 오브라이언(프랭크 비글로), 파멜라 브리튼(폴라), 루더 애들러, 윌리엄 칭(할리데이), 네빌 브랜드(체스터), 비벌리 갈랜드, 린 바제트(필립스 부인), 헨리 하트(스탠리)

덧글

  • 윤현호 2005/06/23 11:40 # 삭제 답글

    <죽음의 카운트 다운>이 리메이크작이었군요. 경찰서에 도착해서 누가 죽었냐는 질문에 '바로 나요'라고 말하는 인트로 장면을 좋아하는데. 원작이 있었다니 약간 김새는 느낌입니다. ^^
    리뷰때문에 원작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 boogie 2005/06/23 12:45 # 답글

    영화보다는 비정한 현실이 느껴집니다..
    잘 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와르륵 무너지고 마는 현실..
    그래서 현실을 약욕강식의 동물의 세계라 부르나봅니다..
  • 다마네기 2005/06/23 15:25 # 답글

    닥터지킬님 ~~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다기가 오랜만에 놀러 왔쪄요!! ^^

    전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인 <죽음의 카운트 다운> 을 중학교때 미술 선생님 으로부터 들었답니다.
    아직 원작과 리메이크작 두 편 다 보진 못했구요...
    하지만 그당시 미술 선생님 이셨던 "이희수" 선생님이 어찌나 생생하게 이야기를 해 주셨는지 전 이 영화 얘기가 나오면 마치 제가 직접 봤었던듯한 착각이 들 정도 랍니다.ㅎㅎ

    그 선생님께선 [새엄마는 외계인] 도 너무나 흥미롭게 얘기해 주셔서 중학생 이였던 다기, 엄청난 기대를 갖고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였던 그 영화를 혼자! 봤는데 왠걸... (그당시 ^^) 다기에겐 너무나 야해서 끝까지 보지도 못했다는 거 아닙니까...ㅋㅋㅋ

  • 다마네기 2005/06/23 15:27 # 답글

    고등학생이 되어서 다시 봤을 땐 그나마 덜 했지만 그래도 제겐 참 놀라운 장면들도 있었죠. 호호~~
    지금 다시 본다면 아무것도(?) 아닐 장면에 말이예요... 헤헤헤!!!

    그때 선생님은 [ 새엄마는 외계인]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이런 말을 꼭 하시긴 했었지만 학생들에게 지나친 호기심을 키워 주시는 건 아무래도 쫌 .....ㅋㅋㅋ

    그때 선생님께서 해 주셨던 말씀이란 ~~~

    " 아참! 너네는 이 영화 보지는 못하겠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거든~~ 근데 내용상으로는 하나도 않 야하니까 내가 얘기는 해 줄테니 나중에 커서 너네들 꼭 봐봐!! 정말 너무 재밌는 영화 라니깐!! ㅎㅎㅎ "
  • 닥터지킬 2005/06/23 17:51 # 답글

    윤현호/ 전 리메이크를 보지 못했습니다. 원작도 그 대사와 함께 시작되죠.

    boogie/ 느와르란 장르 자체가 비정한 현실과 딱 어울립니다.

    다마네기/ 제 경우도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께서 가끔 영화 얘기를 해 주곤 하셨습니다. 무슨 영화였는지는 지금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요^^;
    학생들에게 지나친 호기심을 심어주는 건 역시 좀 무리수가 있긴 하죠.
    낮에는 무척이나 더운데 여름 잘 보내세요^^
  • 석원군 2005/06/23 20:07 # 답글

    리메이크작만 본...ㅠ_ㅠ 회사가 원망스럽습니다. OTL
  • 닥터지킬 2005/06/24 08:15 # 답글

    느와르 상영은 이미 끝났습니다만 주말에라도 시간을 내보심은^^;
  • 키위 2005/06/24 11:28 # 답글

    아, 정말 기억 저 편에서 떠오르는 영화 죽음의 카운트 다운. 제가 본 건 리메이크 작일꺼예요. 아, 출발 비디오 여행이 알려줘서 봤던 영화군요. 흘러간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른다. 술잔에 슬쩍하던..개인적으로 그 시절엔 느와르의 감성을 제대로 이해하기엔 너무 고고했던 시절이랄까. -.-
  • 닥터지킬 2005/06/24 20:00 # 답글

    고고했다는 말은... 삶은 희망찬 거야, 어둠이여, 가라!
    뭐, 이런 건가요?^^;
  • 김오리 2016/01/23 05:03 # 삭제 답글

    폴 오스터의 겨울일기란 책에 이 영화 줄거리가 소설처럼 자세히 써있어요.책을 읽고 검색해보다가 찾아왔어요.리메이크작도 있었군요.꼭 보고싶네요.좋은글 잘읽고갑니다
  • 지킬 2016/02/23 23:28 #

    정말 오랜만에 들어와봤는데 저~엉말 오~오랜만에 답글이 달려있군요...; 이때만 해도 보고싶은 영화 보면서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은 먹고 살다 쓰러져 죽을지도 모르겠어요TT 폴 오스터의 겨울일기.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우선 등록이나 해봐야겠습니다
  • Teflon 2017/06/16 22:07 # 삭제 답글

    Tv에서 틀어줬던 멕라이언 나오는 걸 봤던 기억이 납니다. 말씀하신 50년대 원작이 있는건 나중에 알았죠.
    여담이지만 나홀로집에 의 도둑중 "마브"가 리메이크작의 악역이었던것도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ㅎㅎ
    엔딩이 비디오 녹화가 끝난 치직거리는 화면인 줄 알았는데 얼마전 다시 보니 걸어 나가며 끝나더군요.
    잘 보고 갑니다.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